청도 풍각중 각북분교 산-논밭-하천 이용한 과학탐구 동물해부 등 생생한 교육 장점… 전국대회서 금상 개가
경북 청도군 풍각중 각북분교의 과학탐구반인 ‘비 큐리어스’ 학생들이 예수경 과학교사와 함께 동물 해부실험에 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학교에 오갈 때마다 보는 남산천이라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이젠 ‘어떤 동식물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져요. 하천이 꼭 학교 연못 같은 느낌도 들고요.” 경북 청도군 각북면 남산리 풍각중 각북분교 2학년인 이혜정 양(14)은 16일 “과학탐구 분야에서 점점 궁금한 게 많아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분교는 전교생이 24명으로 도시의 한 학급보다 적다. 그러나 학생들은 과학탐구 분야에선 어떤 학교보다 낫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 분교의 과학탐구반인 ‘비 큐리어스(Be curious)’는 9월 열린 ‘제17회 경북과학동아리활동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뒤 최근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전국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2003년 이 탐구반이 결성된 후 최대 성과를 거둔 것이다.
각북분교는 1973년 각북중으로 개교했을 때 한 학년의 학생이 120여 명이었으나 농촌지역 인구 감소로 학생이 점점 줄어 1999년 풍각중 분교장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주민들은 분교장이라는 말보다는 ‘각북중학교’라고 해야 잘 알아듣는다. 학교 주위에는 그 흔한 문방구나 분식점 등이 한 곳도 없다. 그 대신 산과 논밭, 하천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2007년 이 학교에 부임한 과학담당 예수경 교사(32·여)는 바로 이 같은 자연환경이 과학탐구에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흐지부지하던 탐구반 활동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름도 ‘호기심을 가지자’는 뜻으로 ‘비 큐리어스’라고 지었다. 예 교사는 “도시 학교라면 호기심이라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여기서는 교문만 나서면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동식물이 가득해 학생들과 함께 뭔가 새로운 탐구활동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탐구반이 가장 잘하는 것은 동물 해부실험. 소의 눈이나 돼지의 심장은 정육점 아저씨에게 부탁해 구하고, 닭은 시장에서 털만 뽑은 채 구입하고, 토끼는 집에서 가져오고, 개구리나 물고기는 학교 앞 하천에서 잡아 해부한다. 처음에는 전교생이 모두 이 탐구반에 참여하려고 했으나 남학생은 2명을 빼곤 소의 눈 해부에 겁을 먹고 참여하지 못했다. 반면 여학생은 8명 모두 해부에 적극적이어서 탐구반을 이끌고 있다.
학생들은 교내 해부실험실에서 동물을 해부한 결과를 노트에 꼼꼼하게 기록하고 매월 ‘즐거운 과학’이라는 잡지를 만들어 전교생에게 나눠 준다. 해부가 끝난 물고기 등은 모두 교정 한쪽에 묻어 준다. 1학년 김진실 양(13)은 “해부를 해보면 조개의 입은 아가미 옆에 있다”며 “‘조개가 입을 벌린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소 눈의 수정체는 글씨를 얼마나 확대할까’ 같은 50여 가지 평소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결했다. 예 교사는 “평균적인 학력은 도시보다 떨어지지만 도시 학생들이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자연탐구력을 키울 수 있는 점은 매우 소중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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