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퇴계와 관기 두향의 ‘450년 사랑’

  • Array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뮤지컬 안동-단양 공연… 31일 서울 운현궁서 무대 올라

안동국악단원들이 24일 충북 단양군 상휘루에서 퇴계와 두향의 사랑을 다룬 뮤지컬 ‘450년 사랑’을 공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안동시
안동국악단원들이 24일 충북 단양군 상휘루에서 퇴계와 두향의 사랑을 다룬 뮤지컬 ‘450년 사랑’을 공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안동시
24일 충북 단양군 소금정공원 안에 있는 조선시대 건축물인 상휘루에서 ‘450년 사랑’이라는 뮤지컬이 펼쳐졌다. 이날 단양 주민 500여 명은 이 고장 출신 관기 두향이 당시 단양군수였던 퇴계 이황(1501∼1570)과 짧은 사랑을 나누는 내용의 뮤지컬에 흠뻑 젖었다. 퇴계는 48세 때 단양군수로 부임했다가 당시 18세였던 두향과 9개월가량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고 전해온다.

퇴계와 두향의 사랑이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것은 올해 8월. 안동국악단은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를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해 안동 고택(古宅)을 무대로 활용했다. 일반적인 공연장보다는 고택을 무대로 하면 관광객을 위해서는 더 좋겠다는 취지에서다. 첫 공연은 퇴계가 틈틈이 공부했던 안동시 와룡면 군자마을에 있는 탁청정. 이후 안동시내 웅부공원과 수애당 같은 고택에서 지금까지 7회 공연했다. 주인공인 두향은 안동국악단 전미경 단장(36)이, 퇴계는 한국연극인협회 김상욱 안동지부장(53)이 맡는다.

‘450년 사랑’이 던지는 메시지는 퇴계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경(敬)’, 즉 사람에 대한 공경이다. 전 단장은 “대학자인 퇴계를 기생과의 사랑을 주제로 공연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당시 엄격한 신분 사회에서도 기생을 존중하는 태도는 시대를 초월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공연을 본 대구의 한 관객은 “엄격한 학자로 알려진 퇴계가 훨씬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뮤지컬은 31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안동시 홍순학 관광개발담당은 “‘450년 사랑’은 대표적인 고택의 고장인 안동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성공 사례”라며 “고택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동에는 종택과 서원, 정자 같은 고택이 400여 곳 있다.

안동=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