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명문 대천고 떴다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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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들, 우수학생 멘터 나서… 명문대 합격 크게 늘어

동문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 20억 기숙사 기증 ‘날개’ 달아

“요즘 대천고가 좋아졌어요. 최첨단 기숙사까지 지어졌으니 이젠 날개까지 달았죠.” 이달 10일 충남 보령시 중심가에서 택시를 타고 2km쯤 떨어진 죽정동 대천고(교장 이대구)까지 가는 동안 택시운전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정문에는 서울대 등 명문대 1차 합격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려 있었다. ‘별 볼일 없던’ 대천고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1944년 기술전수학교로 출발한 대천고는 주변에 탄광이 많았던 탓에 1974년 종합고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공업고였다. 그러나 폐광이 잇따르고 인구도 급감했다. 같은 울타리 안에 있던 대천중에서도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인근 홍성과 예산, 천안 등지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날 찾은 학교는 ‘과거의 대천고’가 아니었다. 학생들의 눈빛은 반짝거렸다. 57명의 교직원은 열의에 가득 차 있었다. 이 학교가 도약을 시작한 것은 1990년 초. 보령이 시(市)로 승격되면서 인구가 증가한 데다 인문계로 전환되면서 동문과 교사들은 ‘서해명문 대천고’를 구상했다. 더욱이 1999년 교정을 명천동에서 성주산을 마주보는 봉황산 기슭인 현 위치로 옮기면서 ‘명문 창조’ 구상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성공한 졸업생들은 우수 학생 멘터로 나섰고 교사들은 학생과 일주일에 한두 차례 개별 상담을 펼쳤다. 점차 진학률이 나아지기 시작해 한 해에 10여 명의 명문대 합격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특히 2007년에는 한 방송사 퀴즈 프로그램에서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성한 군(18)이 ‘골든 벨’을 울리면서 명성을 전국에 드높였다. 올해에도 서울대(지역균형선발)를 비롯해 육해공군사관학교, 경찰대에 10여 명의 1차 시험 합격자를 배출한 상태. ‘골든 벨’ 주인공 김 군도 경찰대 1차 시험에 합격했다. 대천고 총동문체육대회가 열린 이날 학교에서는 또 하나의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다. 17회 졸업생인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61)이 21억 원을 들여 기증한 기숙사형 학습관인 ‘대보영재관’ 준공식이 열린 것. 교정 뒤편 소나무 숲에 지어진 대보영재관은 지상 3층으로 첨단 디지털 독서실과 강의실, 생활실을 갖추고 있다. 보령시 주포면에서 소농(小農)의 아들로 태어난 최 회장은 “40년 전 까까머리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대보그룹은 최 회장이 1981년 창업해 서원밸리컨트리클럽을 비롯해 대보건설, 대보유통, DB정보통신 등 1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6000억 원으로 28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보령=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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