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9월 3일 06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한국 과학기술의 산실’인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상상 이상이다. 올해 출범한 한국여성벤처협회 대전충청지회(회장 송은숙 한국인식기술 대표)는 쉽지 않은 경제 여건과 혹독한 시장 구조 속에서 당당히 버티고 있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이다. 이들에겐 남성 못지않은 과감한 판단력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배어 있다. 특히 그들만의 친화력은 현재 기반과 위상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들은 매달 정기 모임을 갖고 워크숍 및 세미나를 연다. 기술 표준 및 경영과 관련한 전문 강좌도 자주 열어 실속 있는 연합체로 발전해가고 있다.
2000년대 초 5, 6명으로 출발한 이 모임은 현재 34명으로 회원이 늘었다. ‘대덕밸리 여성 모임’이라는 친목단체로 시작해 대덕밸리여성CEO모임을 거쳐 지금은 한국벤처협회 지회로 자리 잡았다. 송 대표를 비롯해 보문전기 이종애, 지스트 최영신, 대덕위즈 윤겸주, 피알존 정해영, 대덕넷 윤혜정, 시크릿우먼 김영휴, 코드바이오 박선영, 인크루넷 양명희 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보통신 및 소프트웨어 분야뿐만 아니라 명품코리아 조용수, 월드항공유학 이재희, 쥬얼테크 김경아, 장충동왕족발 신신자, 자연홍삼 최선임 씨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를테면 족발도 맛과 위생을 유지하기 위해 첨단 과학기술이 필요하다는 자세다. 이들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자력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 특구 내 주요 연구소 여직원 협회와도 모임을 갖고 기술 사업화 등을 도모하고 있다. 송 회장은 “이러한 시도가 연구소에 근무하는 여성 연구원들에게도 큰 자극이 된 것 같다”며 “행사성 모임보다는 기술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견고히 다져가겠다”고 말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700여 개 벤처기업 중 여성 CEO는 5%를 갓 넘긴 정도지만 활약상은 눈부시다. 대부분 2000년대 회사를 창업했다. 최영신 지스트 사장은 대덕특구 여성 CEO들의 맏언니다. 대덕밸리 여성 CEO 모임 회장을 오랫동안 맡아오다 물려줬다. 2001년 세계 최초로 일체형 제지공정 분석기기를 개발해 한솔, 신무림, 팬, 아시아페이퍼 등에 납품했다.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둔 PTI와 세계 시장에도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송은숙 회장은 소프트웨어 업체인 한국인식기술을 이끌고 있다. 2002년 남편 이인동 사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18년간의 초등학교 교사직을 접고 경영에 뛰어들었다. 송 사장이 기획한 명함인식 소프트웨어 ‘하이네임’은 불과 2, 3년 만에 국내 시장을 평정했다. 제품의 뛰어난 성능과 안정성, 철저한 사후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청와대에도 납품했다.
윤겸주 대덕위즈 사장은 중국통. 2000년 중국 지린(吉林) 성 정부의 정보통신기술 및 소프트웨어용역 개발 자문을 맡으면서 중국에 대덕의 기술력을 알렸다. 이후 상하이(上海)와 베이징(北京) 등 중국 각지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제는 대덕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중국통으로 통한다. 여성패션가발업체 시크릿우먼 김영휴 대표는 최근 미국과 중국 등을 오가며 유통채널을 늘리고 있다. 흑인을 중심으로 가발 소비문화가 형성된 미국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