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에 ‘마음의 양식’ 무료급식

  • 입력 2009년 8월 11일 03시 03분


국내 처음으로 노숙인 문화공간인 ‘민들레희망지원센터’(인천 중구 인현동)가 지난달 9일 문을 열었다. 천주교 인천교구가 집과 시설을 장만해줬고 6년째 노숙인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서영남 씨가 센터 운영을 맡았다. 인천=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국내 처음으로 노숙인 문화공간인 ‘민들레희망지원센터’(인천 중구 인현동)가 지난달 9일 문을 열었다. 천주교 인천교구가 집과 시설을 장만해줬고 6년째 노숙인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서영남 씨가 센터 운영을 맡았다. 인천=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인천 인현동 ‘민들레 희망센터’
책-DVD 등 비치 문화쉼터로

노숙인들이 찌든 땀냄새를 말끔히 씻어낸 뒤 책과 영화를 보거나 마음껏 컴퓨터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지난달 9일 인천 중구 인현동에 문을 연 ‘민들레희망지원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국내 첫 노숙인 문화공간인 민들레희망지원센터는 6년째 노숙인 무료급식소인 ‘민들레국수집(인천 동구 화수동)’을 운영 중인 ‘노숙인들의 대부’ 서영남 씨(55)가 천주교 인천교구 지원으로 만들었다.

삼치구이 음식점이 몰려 있는 인현동 골목 속 민들레희망지원센터는 2층 단독주택을 문화공간으로 개조했다. 널찍한 거실에는 최신형 컴퓨터 6대가 놓여 있다. 벽면에는 대하소설, 교양서적 등 1000권가량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책은 자율적으로 빌려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중앙에는 빔 프로젝트가 설치돼 있어 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영화 DVD 100여 편이 구비돼 있어 웬만한 최신작은 다 볼 수 있다.

현관 입구에는 발을 씻고 양말을 갈아 신을 수 있는 세족실을 갖추고 있다. 2층엔 묵은 때까지 벗겨낼 수 있는 샤워실과 건조기를 갖춘 세탁기 3대, 낮잠을 잘 수 있는 수면실, 바둑과 장기를 둘 수 있는 휴게실이 있다. 마루엔 냉장고가 있어 간식을 꺼내 먹을 수 있고 컵라면을 끊여 먹을 수 있는 간이 주방시설도 갖춰져 있다. 상담실에선 취업 알선도 해준다. 음주자는 이곳을 출입할 수 없다. 이용 전에 간단한 신상명세를 적은 회원 카드를 내야 한다.

이곳 운영자인 서 씨는 “노숙인 대부분이 인생에서 가장 절망의 순간에 빠져 있기 때문에 스스로 변화할 생각을 안 하고 지낸다”며 “‘문화적 대접’을 받으면 스스로 귀한 존재라고 느끼고 삶에 애착을 가질 것 같아 노숙인 문화쉼터를 꾸몄다”고 소개했다. 민들레식당과 문화센터는 후원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032-765-0185, www.mindlele.com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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