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이 찌든 땀냄새를 말끔히 씻어낸 뒤 책과 영화를 보거나 마음껏 컴퓨터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지난달 9일 인천 중구 인현동에 문을 연 ‘민들레희망지원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국내 첫 노숙인 문화공간인 민들레희망지원센터는 6년째 노숙인 무료급식소인 ‘민들레국수집(인천 동구 화수동)’을 운영 중인 ‘노숙인들의 대부’ 서영남 씨(55)가 천주교 인천교구 지원으로 만들었다.
삼치구이 음식점이 몰려 있는 인현동 골목 속 민들레희망지원센터는 2층 단독주택을 문화공간으로 개조했다. 널찍한 거실에는 최신형 컴퓨터 6대가 놓여 있다. 벽면에는 대하소설, 교양서적 등 1000권가량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책은 자율적으로 빌려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중앙에는 빔 프로젝트가 설치돼 있어 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영화 DVD 100여 편이 구비돼 있어 웬만한 최신작은 다 볼 수 있다.
현관 입구에는 발을 씻고 양말을 갈아 신을 수 있는 세족실을 갖추고 있다. 2층엔 묵은 때까지 벗겨낼 수 있는 샤워실과 건조기를 갖춘 세탁기 3대, 낮잠을 잘 수 있는 수면실, 바둑과 장기를 둘 수 있는 휴게실이 있다. 마루엔 냉장고가 있어 간식을 꺼내 먹을 수 있고 컵라면을 끊여 먹을 수 있는 간이 주방시설도 갖춰져 있다. 상담실에선 취업 알선도 해준다. 음주자는 이곳을 출입할 수 없다. 이용 전에 간단한 신상명세를 적은 회원 카드를 내야 한다.
이곳 운영자인 서 씨는 “노숙인 대부분이 인생에서 가장 절망의 순간에 빠져 있기 때문에 스스로 변화할 생각을 안 하고 지낸다”며 “‘문화적 대접’을 받으면 스스로 귀한 존재라고 느끼고 삶에 애착을 가질 것 같아 노숙인 문화쉼터를 꾸몄다”고 소개했다. 민들레식당과 문화센터는 후원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032-765-0185, www.mindlele.com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