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피해없어 천만다행” “화해라는 과제 남아”

  • 입력 2009년 8월 7일 02시 59분


상처 치유는 언제쯤…6일 쌍용자동차 노사의 전격적인 협상 타결로 77일간의 불법점거 파업사태가 매듭지어진 평택공장에서 사측 직원들이 불에 타 흉물스럽게 방치된 차량 옆으로 생수를 나르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상처 치유는 언제쯤…
6일 쌍용자동차 노사의 전격적인 협상 타결로 77일간의 불법점거 파업사태가 매듭지어진 평택공장에서 사측 직원들이 불에 타 흉물스럽게 방치된 차량 옆으로 생수를 나르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헬리콥터에서 내려온 것은 최루액이 아닌 구명줄이었다.

6일 오후 6시 20분경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굴뚝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노조원 2명은 구조 헬리콥터에서 내려 보낸 구명줄에 몸을 묶는 것으로 농성을 끝마쳤다. 쌍용차 노사의 극적인 협상타결이 낳은 장면이었다.

이날 아침만 해도 쌍용차 공장 일대는 도장2공장에 곧 공권력이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맴돌았다. 하지만 오전 11시경 사측이 “노조가 대화 재개를 요청해와 응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극적인 협상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오후 2시 반경, 낮 12시에 시작한 노사 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공장 일대는 기대감에 술렁였다. 공장 진입로 양측에 앉아 있던 사측 직원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이어 ‘호송용’이라는 표시를 단 경찰 버스 20여 대가 공장 안에 진입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협상타결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농성자 가족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이 공장 점거에 참여한 ‘쌍용차가족대책위원회’ 이정아 위원장(35)은 “(협상 결과) 회사를 나가는 인원이 있다는 점은 아쉽지만 더는 다치는 사람 없이 모두 무사히 나온다는 사실은 정말 반갑다”고 환영했다.

사측 직원들과 협력업체도 조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에 들떴다. 쌍용차에서 15년간 근무한 이모 씨(45)는 “공장을 다시 돌려서 많이 팔리는 좋은 차를 만들 일만 남았다”면서 “그간 서로에게 입힌 상처를 잘 수습해 화해를 이뤄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쌍용차 안산 단원영업소 임정석 소장(49)도 밝은 표정으로 “조업이 곧 정상화되면 대리점도 다시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공장에 배치돼 연일 ‘비상근무’를 하느라 지친 전경들도 싱글벙글이었다. 최모 일경(21)은 “매일 긴장 속에서 토막잠을 자면서 근무를 서느라 너무 피곤했다”며 “한동안 못한 외박도 나가고 잠도 실컷 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도 협상타결 소식을 반기고 나섰다. 송명호 평택시장은 “양측의 과감한 양보로 대타협을 이뤄 무척 기쁘다”며 “시 차원에서 전담기구를 만들어 쌍용차 회생을 집중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가 노사 상생에 관한 교훈을 얻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노사 양측이 입은 물질적, 정신적 피해가 너무 컸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의 노사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평택=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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