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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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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들 車- 타이어 불태우며 새총 저항
양측 수십명 부상… 5시간만에 작전 중지
4일 대규모 경찰력이 투입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안팎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찰이 뿌린 최루액이 공중에 퍼지고 노조원들이 태운 타이어에서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공장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4∼5km 떨어진 경부고속도로에서도 한눈에 보일 정도였다. 경찰과 노조원들은 이날 ‘전투’나 다름없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다. 경찰은 공중과 지상에서 대규모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노조원들이 점거하고 있던 차체2공장 등 일부 시설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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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다발 진입 시작
경찰 헬기가 도장공장 상공에 나타난 것은 오전 4시경. 헬기 2대가 굉음을 내며 나타나자 정문 쪽에서 대치 중이던 경찰들이 방패를 두드리며 도장공장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반대편 북문 쪽에 배치됐던 경찰 50여 명도 도장공장 바로 앞까지 접근했다. 북문 쪽 경찰력이 근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노조원 10여 명은 옥상에서 돌과 사제표창 등을 던지고 새총을 쏘며 저항했다.
본격적인 진입작전은 오전 9시 반경 시작됐다. 경찰 헬기 1대가 추가돼 총 3대가 상공을 오가며 최루액을 농성장에 쏟아 부었다. 정문 쪽 경찰 2개 중대는 도장2공장 입구 바로 앞까지 진출했다. 이어 북문과 후문 등지에서는 도장1공장 및 신차(C200) 개발라인 진입을 시도하는 경찰과 노조원 사이에서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옥상을 장악하기 위한 공방도 치열했다. 경찰과 사측 직원들은 조립공장과 차체2공장 등지의 옥상을 확보하기 위해 고가사다리차를 동원해 진입을 시도했다. 조립공장 옥상은 노조원들의 반발로 실패했지만 차체2공장은 경찰특공대 80여 명이 1시간에 걸친 공방전을 벌여 장악에 성공했다.
궁지에 몰린 노조원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하자 경찰은 오후 3시경 진입작전을 멈췄다. 이날 하루 동안 경찰과 사측 직원 4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특히 사측 용역 경비원 1명은 충돌 과정에서 노조원들에게 붙잡혔다가 5시간 만에 풀려나 병원으로 후송됐다. 노조원도 상당수 다친 것으로 알려져 의료진 4명이 치료를 위해 농성장으로 들어갔다. 한편 노조는 이날 오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긴급 성명서를 통해 “대화를 거부하고 공권력으로 조합원들을 강제 해산하면 죽기를 각오하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 강제해산 ‘교두보’ 확보
이날 경찰 진입작전의 최대 목표는 차체2공장. 이곳은 복지동, 도장2공장과 연결되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해산을 위한 ‘최전방 기지’인 셈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반경 경찰특공대 80여 명을 특수 제작된 버스를 동원해 차체2공장 주변에 배치했다. 이어 고가사다리차를 이용해 옥상으로 진입했다. 이들은 돌과 화염병, 사제표창, 새총 등으로 저항하는 노조원 20여 명과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다. 경찰은 살수차를 이용해 노조원들의 저항을 막아 진입작전 1시간 만인 오전 11시 반경 옥상 장악에 성공했다.
같은 시간 지상에서도 경찰 200여 명이 철제 방호벽 5, 6개와 지게차 2대, 살수차 등을 동원해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이어 옥상에 400여 명을 투입해 도장2공장 진출을 시도했으나 노조원들의 강력한 저항에 막혀 오후 2시경 물러섰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은 병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도장2공장 진입이 가능한지를 타진하는 수준”이라며 “상황에 따라 강제해산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교두보’ 확보에 성공한 경찰은 5일 도장공장 옥상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 공장 밖에서도 충돌
공장 밖 상황도 비슷했다. 이날 오전 9시 50분경 사측 직원 500여 명이 정문 앞에 설치된 야당과 진보단체의 천막 9개를 기습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과 진보단체 회원 100여 명이 몸싸움을 벌였고 일부는 경찰에 연행됐다. 그동안 20여 개 정당 및 진보단체 회원들은 노사 협상 재개를 전후해 정문 앞 인도에 집중적으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여 왔다. 이들은 좌우 50m에 이르는 인도를 사실상 ‘점령’한 채 불법 집회를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일부는 공장 내 사측 차량과 직원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천막을 빼앗긴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과 정부를 비난했다.
평택=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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