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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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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경 친정어머니가 당뇨병을 앓아 생활비가 부족했던 박모 씨(47·여)가 생활정보지를 보고 대부업자 장모 씨(48·여)를 찾아갔다. 100만 원을 빌리는 대신 2만5000원씩 50일 동안 갚는다는 조건이었다. 처음 빌린 돈은 잘 갚았지만 두 번째 빌린 150만 원이 문제였다. 150만 원 중 90만 원을 갚지 못한 박 씨에게 장 씨는 다시 200만 원을 빌려주겠다며 빚을 제하고 110만 원을 줬다. 속칭 ‘꺾기’ 방식이 적용된 것.
원금이 늘기는 했지만 이전에 갚지 못한 돈을 갚고 추가로 돈이 생긴다는 게 꺾기의 덫이었다. 이렇게 11차례나 계약이 계속되는 동안 박 씨가 빌린 돈은 1억2000여만 원에 달했다. 박 씨는 돈을 갚기 위해 낮에는 파출부를 하고 밤에는 노래방도우미를 하기도 했지만 빚을 갚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던 사채업자들은 급기야 협박까지 했다. 장 씨는 “아들이 XX지? 돈 5000만 원만 주면 사람 쉽게 죽일 수 있다”며 “외국으로 도망가지 않는 한 사람 시키면 금방 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박 씨를 수시로 괴롭혔다. 결국 박 씨는 지인에게 이 사실을 토로했고 지인의 신고로 불법 사채업자들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30일 “신용불량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꺾기 방식으로 최대 연이율 5214%까지 적용해 이자를 챙긴 혐의(대부업법 위반 등)로 불법 대부업자 장 씨 등 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동작구, 경기 수원시 등에서 무등록 대부업을 하며 2007년 1월부터 167명에게서 28억50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또 다른 사채업자 김모 씨(30)는 윤모 씨(32·여)에게 200만 원을 빌려주면서 선이자 명목의 21만 원과 그전에 빌린 돈 144만 원을 제하고 35만 원만 쥐여줬다. 매일 5만 원씩 44일간 돈을 갚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연이율이 5214%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중 동종 전과가 있는 3명은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며 “어려운 경제여건을 틈타 고금리로 대부업을 하는 서민경제 침해사범을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