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회장, 호텔 식사때 230만원짜리 양주 주문”

  • 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호텔직원 공판서 증언

정관계 금품로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사진)이 230만 원짜리 양주를 스스럼없이 마신 것으로 드러나 그의 통 큰 씀씀이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M식당 지배인 안모 씨는 9일 박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주당 이광재 의원 1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2006년 4월 박 전 회장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230여만 원 상당의 로열살루트 38년산을 시켜 마셨다”고 밝혔다. ‘운명의 돌(Stone of Destiny)’이란 애칭을 가진 이 술은 국내 최고급 호텔 등에서 한정판매되고 있다. 안 씨는 “2002년부터 이 식당에서 근무해 왔지만 로열살루트 38년산을 주문한 사람은 박 전 회장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당시 이 술을 비롯해 25만 원 상당의 전복스테이크와 8만 원짜리 안심스테이크를 시키는 등 한 끼 식사 값으로 280만 원을 썼다.

안 씨는 당시에는 박 전 회장이 누구인지 몰랐으나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알게 됐으며 식사 자리에 이 의원이 동석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이날 공판에 또 다른 증인으로 출석한 한병도 전 의원은 “검찰이 이 의원이 내 앞에서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걸 인정하라고 했다. 검사가 ‘양아치들 하는 소리 하네’라고 해 끝까지 (말할) 용기가 없었다”며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했다. 이 의원은 한 전 의원과 함께 2006년 박 전 회장의 베트남 공장을 방문했을 때 달러화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전 의원의 진술 번복에 검찰 측은 “위증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맞섰고, 재판장이 직접 나서 “검찰 조사 때 강압이 있었다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한 전 의원은 “강압까지는 아니었지만 논쟁 자체가 어려운 분위기였다. 심리적으로 힘들어 조사를 빨리 받고자 하는 심정에서 꼼꼼히 (조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한편 박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이상철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날 오전 열린 1심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