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놀고… 놀면서 일하고 ‘웨저시대’ 온다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인터넷 무선기술 발달로 일과 여가를 동시에 처리
美-日 등 선진국서 확산

“일과 여가의 경계가 무너지는 ‘웨저(weisure)’ 시대가 온다.”

미국에선 최근 ‘웨저’라는 새로운 단어가 CNN 등 언론과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웨저’란 일(work)과 여가를 뜻하는 레저(leisure)를 합성한 말. 돌턴 콘리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가 최근 발표한 저서 ‘미국 어디에서나(Elsewhere, U.S.A.)’에서 처음 언급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요즘 일과 여가의 균형을 맞춰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 캠페인이 추진되는 와중에 나온 말이라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콘리 교수는 웨저 시대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사무실 등으로 출근해 일하는 현대인의 업무와 생활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무선 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반드시 재택근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스마트폰, 노트북PC를 활용해 집과 사무실은 물론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거나 바다에서 요트를 즐기다가도 어디에서든 곧바로 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웨저 사회에선 하루 24시간 여가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져 업무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인터넷 등 첨단 기술은 업무에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일의 처리량을 늘리는 한편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업무효율의 저하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콘리 교수는 설명한다. 미국에선 공적인 업무와 사생활을 확실히 구분 짓는 직업윤리가 강조돼 왔다. 하지만 일과 여가가 하나로 묶이는 새로운 시대엔 두 가지를 조화롭게 다루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사람 간의 네트워크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콘리 교수는 웨저를 통해 개인주의 문화가 팽배한 미국 사회에서 인간관계, 사회적 교류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가족과 여행을 하면서 직장 동료와 휴대전화 인터넷 채팅으로 회의를 할 수 있다. 또 페이스북 등 친목사이트나 온라인 게임을 통해 사귄 인터넷 친구가 비즈니스 상대나 업무를 함께 처리하는 동료가 될 수도 있다.

콘리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 개인의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이 문제라며 조만간 웨저가 일상에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경제가 발전할수록 직장인의 업무 시간은 점차 길어져 왔다”며 “일과 여가를 동시에 처리해 시간을 아끼려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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