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수사 3라운드… ‘5월 檢風’ 천신일-정치권-지자체장 겨냥

  • 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盧소환에 잠시 가려졌던 세무조사 로비의혹 조사

박관용-김원기-박진-서갑원 형사처벌 수위 곧 결정

전현직 지자체장-법조계 불법자금 수사도 탄력받을 듯

노무현 전 대통령 덕분(?)에 잠시 ‘무사’했던 정관계 등 유력 인사들이 칼바람 부는 5월을 맞게 됐다.

당초 대검 중수부는 4월 초부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 금품을 받은 부산 경남지역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려 했으나 일정을 바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중수1과가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전담하는 동안 중수2과와 첨단범죄수사과는 별도로 ‘박연차 리스트’ 부분을 꾸준히 내사해 왔기 때문에 언제라도 소환조사가 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 천신일 회장, 태풍의 핵 되나

노 전 대통령 다음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수사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검찰은 지난해 8, 9월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시기에 박 회장이 천 회장에게 거액을 건넨 정황을 파악하고 이 돈이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관련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일단 검찰은 수사해볼 만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천 회장을 3월 말경 출국금지해 놓은 상태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천 회장과 나는 단건으로 돈을 줬다 안 줬다 하는 사이가 아니다”라며 “세무조사 시기는 물론 그동안 자주 (금전적으로) 도와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문제는 긴 시간에 걸친 박 회장에게서 천 회장으로의 자금 흐름 중 특정 시기 특정 액수의 돈이 명확하게 세무조사 무마 대가(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건너갔다는 걸 검찰이 어떻게 입증하느냐다.

○ 정관계 인사들 추가로 드러나나

검찰은 이미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회의원 한두 명에 대해 박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소환조사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엔 그동안 혐의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가 검찰의 추가 수사로 혐의가 분명하게 드러난 인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5월 들어 현역 국회의원에 대해 검찰이 자유롭게 조사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돼 있다. 지난달 30일로 4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났기 때문에 현역 국회의원을 소환하거나 체포하는 데 부담이 없어졌다.

검찰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정치권 인사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이미 소환조사를 마친 박관용 김원기 전 국회의장, 한나라당 박진 의원, 민주당 서갑원 의원의 형사처벌 수위를 일괄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검찰은 전현직 지자체장에 대한 수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의 수사에서 박 회장이 국회의원 같은 정치인보다는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으면서 실제 자기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 관료들에게 훨씬 많은 돈을 뿌린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건네진 금품은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기 때문에 법정 형량도 훨씬 높다. 또 김혁규 전 경남지사와 그를 통해 박 회장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치권 인사에 대한 수사도 남아 있다.

○ 법조계 언론계 인사도 ‘리스트’에 올라

법원 검찰 경찰 언론계도 검찰 수사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평소 상식적인 선의 몇 배나 되는 ‘전별금’ 등을 주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수사팀은 지방의 법원장 1명과 고법 부장판사 1명을 박 회장에게서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또 모 현직 검사장은 베트남에서 박 회장을 만나 1만 달러를 받았으며,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모 부장검사는 5000달러를 받았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또 지방 고검 검사 한 명도 정기적으로 박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 검찰 간부에 대해선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지, 징계를 한다면 어느 수위로 할 것인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퇴직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들과 박 회장에게서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있는 전현직 경찰 고위간부들에 대한 수사도 남아 있다.

검찰은 또 박 회장에게서 술자리 등에서 1만 달러, 5000달러 등의 단위로 수시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지방 언론사 간부와 기자들도 배임수재 혐의 등이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 라응찬 회장 의문의 50억 원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경남 김해시 가야컨트리클럽 지분 인수 명목으로 2007년 4월 박 회장의 계좌로 보낸 50억 원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도 남아 있는 과제다. 검찰은 이 50억 원이 라 회장과 박 회장의 개인적인 거래가 아니라 신한금융지주가 2007년 LG카드를 인수하는 데 박 회장이 도움을 준 대가가 아닌지 조사 중이다. 노 전 대통령을 등에 업은 박 회장이 친한 사이인 라 회장을 도와줬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관계기관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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