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으론 3번째, 14년만에…盧 전대통령 30일 소환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피의자 신분… 檢 “조사에 상당한 시간 걸릴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구속기소)으로부터 60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30일 오후 1시 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세 번째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5년 구속된 이후 14년 만에 있는 일이다.

대검 중수부는 26일 “노 전 대통령에게 30일 오후 1시 반 출석해줄 것을 요청했고,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30일 오전 승용차나 버스를 타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를 출발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 청사에 출석할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은 대검 청사 1120호 VIP 전용 특별조사실에서 우병우 대검 중수부 1과장 등 검사 2명으로부터 피의자 신문을 받게 된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26일 “노 전 대통령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조사가 30일 밤 12시를 넘겨 5월 1일 새벽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다음 달 초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아니면 불구속기소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서면질의서에 대한 A4 용지 16장 분량의 답변서를 직접 타이핑해 25일 오후 e메일로 검찰에 제출했다. 노 전 대통령 측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답변 내용이 거의 언론에 보도됐던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답변서 16장 가운데 11장에는 20여 개 질의항목에 대한 답변을, 나머지 5장에는 혐의사실이 언론에 미리 보도돼 방어권 행사에 제약을 받았다는 내용을 적었다.

답변서에서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이 2006년 6월 말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구속)을 통해 전달했다고 진술한 100만 달러에 대해 “얼마 전에 아내(권양숙 여사)가 빌려 쓴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2008년 2월 말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 송금한 500만 달러에 대해선 “퇴임 직후인 2008년 3월 초중순경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투자한 돈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국세청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2007년 대선 직전 회사 주식을 팔아 마련한 돈의 용처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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