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盧, 진술서 직접 작성… 5장엔 혐의유출 등 불만 표시”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봉하사저 앞 노란풍선26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시민이 노란 풍선을 설치한 곳에서 민중가요를 부르며 간이공연을 하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봉하사저 앞 노란풍선
26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시민이 노란 풍선을 설치한 곳에서 민중가요를 부르며 간이공연을 하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 검찰-盧 전대통령 치열한 법리공방 예고

600만 달러 ‘포괄적 뇌물’적용 여부 관건… 盧는 ‘포괄적’으로 부인
대법 판례는 대통령의 경우 구체적 청탁없이 돈받아도 뇌물로 인정

30일로 예정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조사 때에는 노 전 대통령과 검찰 간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노 전 대통령은 26일 오후 보내온 서면답변서에서 이전에 몇 차례 내놓았던 해명과 별 다를 바 없이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고 소환 조사에서도 이 같은 태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600만 달러를 받았다는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사실관계는 물론이고 법리에 이르기까지 양측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다.



○ 노 전 대통령, 서면진술에서 혐의 부인

노 전 대통령이 25일 오후 3시 반경 e메일로 보내온 서면진술서는 모두 16장 분량으로 노 전 대통령이 직접 타이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장에는 20여 개 쟁점 질의 항목에 대한 답변을, 나머지 5장에는 피의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내용을 적었다고 한다. 답변서 분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장 분량의 서면진술서 후반부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 사실이 미리 언론에 보도돼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만표 대검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서면진술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방어적으로 피의자의 권리를 강조하고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출신답게 30일 소환조사에서도 최대한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면서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조사에 임할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서면진술서를 검토한 결과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환조사 때 직접 조사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미리 보낸 것이었으나 답변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적이어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 30일 소환조사-뜨거운 공방 예고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30일 검찰에 출석하면 힘겨운 시간을 버텨야 할 것 같다. 26일 홍 수사기획관을 비롯한 검찰 관계자들의 반응을 종합해 보면 수사팀 역시 이미 만만치 않은 준비를 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보기에 노 전 대통령이 ‘포괄적’인 답변을 한 만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치열한 다툼도 예상된다. 검찰은 그동안 박 회장의 진술 등 직접증거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간접증거 확보에도 만전을 기해 왔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이미 박 회장에 대해서도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며 진술 자체를 부정하고 나섰다.

사실관계가 확정된다 해도 이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불꽃 튀는 법리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대질신문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라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중 한쪽이 명확하게 우위를 점하는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 ‘재임 중 돈 거래 알았느냐’가 핵심

600만 달러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책임을 묻는 일은 노 전 대통령이 사전에 박 회장과 돈을 주고받는 일을 협의했거나 적어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나는 몰랐다”고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말 박 회장이 보낸 500만 달러에 대해 “퇴임 직후인 2008년 3월 초·중순에 알았다. 조카사위(연철호 씨)에 대한 호의적인 투자로 알았다. 아들(노건호 씨)이 관여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만류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노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500만 달러의 투자운용에 노건호 씨가 관여했다는 것도 확인한 상태다.

2007년 6월 박 회장이 건넨 100만 달러에 대해서는 “아내(권양숙 여사)가 받아서 나 몰래 빚 갚는 데 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2006년 8월에 받은 3억 원에 대해 권 여사의 허위 진술이 확인된 이상 노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태도다. 이 밖에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청와대 공금 12억50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도 조사 항목 가운데 하나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포괄적 뇌물수수죄:

금품을 받은 공무원의 직무범위를 넓게 보고 대가관계를 폭넓게 인정하는 뇌물수수죄. 공무원을 뇌물죄로 처벌하려면 금품을 건넨 사람의 구체적인 청탁과 해당 공무원의 직무 사이에 대가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대통령의 경우 직무범위가 넓기 때문에 구체적인 청탁이 없더라도 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뇌물죄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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