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4월 8일 02시 5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장애인 10명 중 9명은 올해의 숙원사업으로 장애인 연금제도를 꼽는다. 근로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 장애인에게 매달 일정액을 연금으로 주는 장애인 연금제도는 저소득층 장애인을 위한 사회안전망 성격이 짙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애인 공약 가운데 핵심 공약이 바로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끝날 때까지 이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고 장애인단체의 반발은 커졌다.》
장애인 10명중 3명 최저생계비도 못 벌어
“근로능력 없는 사람 국가가 생계 책임져야”
연금제 내년 하반기 예정… 재원조달 관건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이 카드를 다시 꺼냈다. 이 대통령은 여러 장애인 행사에서 장애인 연금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연금제도의 시행을 핵심 장애인 공약으로 내걸었다.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이번에는 이 공약이 지켜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당도 호의적이다. 박은수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관련법을 발의했다. 보건복지가족부도 별도로 법규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모든 준비를 마무리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 장애인 연금 왜 필요한가
200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국민생활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의 28.1%인 58만6853명이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고 있다. 비(非)장애인(7.31%)과 비교했을 때 4배 정도가 많다.
외국과 비교해도 국내 장애인의 빈곤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 평균소득의 60% 미만에 해당하는 장애인의 비율은 국내의 경우 40%에 육박한다. 유럽연합(EU) 18%, 노르웨이 11%에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비장애인이 빈곤에 처할 위험을 1이라고 봤을 때 장애인이 빈곤에 처할 위험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 위험률’도 우리나라가 2.31로 EU의 1.70보다 높다.
결국 세계에서 장애인이 가장 살기 힘든 나라가 대한민국인 셈이다. 윤상용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근로능력이 없는 장애인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이미 세계적 추세다”며 “장애인 연금을 빨리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 연금, 월 15만∼20만 원 될 듯
현재 저소득층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은 장애수당과 장애아동수당이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1∼2급의 중증 장애인이면 매달 13만 원, 차상위계층이면서 중증 장애인이면 매달 12만 원을 받는다. 3∼6급의 경증 장애인은 모두 매달 3만 원씩 받는다. 시군구별로 3만∼4만 원의 장애 수당을 따로 주기도 한다. 최대 17만 원까지 받는 것이다.
만 18세 미만일 때는 장애아동수당을 받는다.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중증 장애아동은 20만 원을, 차상위계층이면서 중증 장애인이면 15만 원을 받는다. 경증 장애아동은 모두 10만 원을 받는다.
장애인 연금은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연금제도가 시행돼도 장애아동수당은 그대로 남는다. 다만 장애수당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 장애인 연금으로 통합되는 것. 장애 등급이나 소득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달라지겠지만 현재로는 매달 15만∼20만 원 선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남은 문제는
노무현 정부가 장애인 연금제도를 도입하지 못한 건 막대한 예산 때문이었다. 장애인 단체들은 약 3조 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은수 의원이 낸 장애인 연금법안에서는 2조4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 많은 돈을 한꺼번에 조달하는 것은 말이 쉽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연금 대상자 선정 방법을 놓고 복지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법은 18세 이상의 중증 장애인 가운데 ‘일정액 이하의 소득’을 버는 장애인부터 우선적으로 연금을 주는 방안이다. 이 경우에도 1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중복으로 연금을 받는 상황이 발생할 때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도 논란이 있다. 65세 이상 노인은 모두 기초노령연금 대상으로 매달 8만 원씩 받는다. 이 가운데 중증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연금을 이중으로 받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 경우에는 기초노령연금 자격을 주지 않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연금을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