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시신도착, 여행사대표 증언

  • 입력 2009년 3월 19일 19시 36분


예멘 시밤 관광지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한국인 4명의 시신이 19일 오후 고국으로 돌아왔다.

현지에 갔던 유족 3명, 관광객을 인솔했던 테마세이투어 마경찬 사장(46), 정부 대응팀원 1명도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마 사장은 "여행 목적으로 나갔지만 나를 믿고 따라왔던 분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게 돼 평생의 짐이 될 것 같다"며 사과의 말부터 꺼냈다.

1, 2차 테러 현장에 있었던 마 사장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테러 현장 상황을 소상히 전했다.

그는 "18일 예멘 사나 시내 한복판에서 발생한 2차 테러 현장에서는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자살테러라기 보다 매설된 폭탄물 공격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차 테러는 우리 주변을 배회하던 10대 소년의 일부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그 소년이 자살테러를 감행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고 했지만 "2차 테러의 경우, 지프차의 깨진 앞 유리창에 혈흔이 묻어 있지만 주변에 시체가 없었고 폭발 강도가 그리 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 사장은 2차 테러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호텔에서 차를 타기 직전 조수석에 타려다 정부 신속대응팀 심의관이 '공항 가는 동안 사고 얘기 좀 더 하자'고 해 뒷좌석에 옮겨 탔다"며 "왕복 4차로의 큰 길을 시속 70km로 달리던 도중 공항을 10분가량 남긴 지점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전했다.

차량 4대 중 경찰 호위차가 제일 먼저 앞섰고 바로 뒤따르던 지프차 뒷좌석에 마 사장과 심의관, 외교통상부 직원 등 3명이 타고 있었다는 것.

마 사장은 1차 테러 때는 여행객들과 일몰 감상을 하던 중 MP3 음악을 다시 틀기 위해 차량으로 잠시 내려갔다가 화를 면했다. 폭발음이 들리자 현장으로 달려갔고, 여행객을 즉각 피신시킨 뒤 10분 동안 시신 수습을 하기도 했다.

그는 "사고 10분 전 숨진 여행객이 '오늘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날은 처음이야'라고 말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중동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현지인들은 한국인에게 친근하고 호의적으로 대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예멘과 같은 여행제한 국가에 대한 여행상품은 당분간 내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 사장은 이번 여행을 떠나기 직전 1인당 최고 1억 원의 여행보험에 들었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남윤서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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