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내용 예상보다 강도 세다” 놀란 판사들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16일 발표에 대해 판사들은 대체로 “예상보다 발표 내용이 구체적이고 자기비판 정도가 세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 지역의 한 10년차 판사는 “젊은 판사들은 신 대법관의 ‘재판 속행 요구’ e메일이 매우 이례적이며 법관에 따라 충분히 오해할 소지가 많다고 생각했다”며 “면죄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일부 보도와 달리 대부분 대법원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위 법관은 “법관은 모름지기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옳고 그름을 따지기 때문에 이번 진상 조사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신 대법관 등 사건 당사자들은 이번 결과에 매우 침통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법관들은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조사단이 독일의 판례와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재판 개입 여부를 판단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라며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우리 현실에 맞게 사법행정권의 역할과 한계 등을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한 젊은 판사는 “수도권보다 지방이 사법부 관료화가 심해 지휘부의 재판 개입 여지가 더욱 크다”며 ”선후배 법관 간에 토론하고 서로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는 소통의 기회를 공식, 비공식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 노동조합 측은 “이번 사건의 주된 원인은 비대화된 사법행정 권력”이라며 “사법행정을 일반 직원들에게 대폭 이양하고 법관은 재판 업무에만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진실 규명에 애쓴 노고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반세기 동안 지속돼 온 관료주의적 사법체제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으로 인사권자에게 권한이 집중된 인사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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