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물류개벽 잰걸음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7분


신항 배후 국제물류산업도시 행정절차 연내 마무리

보상비-단지조성비 등 10조7000억 투입 내년 착공

글로벌 물류기업 A사는 중국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대량 생산된 의자다리와 팔걸이를, 미국에서는 질 좋은 의자 시트를 들여와 조립과 디자인, 라벨링 작업을 거쳐 고가의 의자로 탈바꿈시킨 뒤 유럽으로 수출했다.

최첨단 시스템으로 물류정보 흐름을 한눈에 꿰고 있는 이 회사는 배달되는 물건이 목표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고객에게 배송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해 준다.

이르면 2013년부터 물류기업 가동이 가능할 부산 강서구 국제물류산업도시에서 이뤄질 가상 시나리오다. 하역에서부터 창고 보관, 가공 조립, 포장 라벨링, 연계 수송이 물류 거점기지에서 원스톱으로 처리될 날이 머지않았다.

부산의 미래이자 국가 경쟁력의 견인차가 될 ‘동북아 물류 허브’ 건설사업이 자맥질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 글로벌 물류 허브

정부는 지난해 9월 부산신항 배후 강서구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33km²를 해제해 세계적인 첨단 국제물류산업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항만과 공항, 철도가 연계된 이곳에 국정과제인 ‘두바이형 포트비즈니스 밸리(Port-Business Valley) 조성’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부산시는 ‘부산신항 배후 국제물류산업도시’의 기본 골격을 마련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보상비를 포함해 단지 조성비 등 10조70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20년까지 공영개발 방식으로 물류 메가 허브를 건설할 계획.

미음산업단지 인근에는 조선기자재, 강동동 일대에는 기계 및 자동차 특화산업단지가, 김해공항 주변은 항공물류단지가 들어선다. 서낙동강 둔치도가 위치한 중앙 부분에는 각종 지원시설과 문화체육시설, 해양시설 등이 갖춰진다.

6월까지 마스터플랜에 대한 국제공모를 거친 뒤 연말까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승인 및 산업단지 등의 행정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토지보상과 함께 공사를 시작한다.

정현민 부산시 미래전략본부장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흔치 않은 전략지역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물류가 국가 경쟁력

2015년까지 30개 선석을 짓는 부산신항이 완공되면 강서 국제물류산업도시도 뼈대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는 현재 10개 선석이 운영 중인 부산신항 북쪽 배후물류단지가 물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된 부산신항 배후물류단지에는 글로벌 물류기업의 입주가 잇따르면서 물류산업의 고부가가치를 실현해 가고 있다.

11일에는 국내 대표적 물류기업인 ㈜동방과 중국 물류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동방물류센터가 문을 열고 운영을 시작했다. 3만7017m²의 용지에 복합물류창고를 운영할 이 회사는 연간 1만6000여 개의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곳에는 현재 9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6만3000여 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고 200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올해 말까지 22개 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부산항만공사 노기태 사장은 “이곳은 저렴한 임차료와 각종 세금 감면 등의 혜택으로 국내외 기업들에 인기를 끌고 있다”며 “부산의 물류 허브 기틀이 다져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항만-공항-철도 천혜 조건… 국가발전 성장 동력 될 것” 허남식 부산시장

“부산의 물류산업 발전이 곧 대한민국의 발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허남식 부산시장(사진)은 “부산항을 세계적 물류허브로 키우는 것은 한국의 고부가가치 산업이 그만큼 경쟁력을 가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분한 땅과 풍부한 인프라가 있고 산업기반이 탄탄한 부산에 글로벌 물류기업을 유치해 국익 창출로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이런 미래를 담보할 곳으로는 낙동강 하구 강서지역만 한 곳이 없다”고 밝혔다.

“바다와 강과 평지, 항만과 공항, 철도와 육송이 어우러져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춘 이곳이 국가 발전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울산과 창원, 거제권의 중심에 위치해 첨단과 전통산업을 연계하는 장점도 있다는 게 그의 논지다.

허 시장의 머릿속에는 물류산업도시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진 지 오래다.

동남권 전략산업인 자동차와 조선업을 비롯해 기계부품 등을 한 곳으로 묶고 글로벌 조립가공 및 부품소재를 모은 복합물류단지와 국제업무, 연구개발, 교육, 관광을 모은 지식창조도시를 강서구 일대 33km²에 건립한다는 게 기본 구상안이다.

허 시장은 “한국이 기술의 일본과 노동력의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가 돼 있지만 이를 역이용할 수 있는 것이 첨단물류산업이고, 그 중심에는 부산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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