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위기를 낭비하지 마세요”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4분


세계적인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 박사(왼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9 글로벌서울포럼’을 하루 앞둔 10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서울의 미래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세계적인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 박사(왼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9 글로벌서울포럼’을 하루 앞둔 10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서울의 미래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미래학자 대니얼 핑크 박사 대담

전 세계를 덮친 경제위기로 ‘먹고사는 게’ 힘든 시대다. 이런 때조차 디자인과 감성의 가치는 유효할까.

이 질문에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수석대변인이자 베스트셀러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의 저자인 대니얼 핑크 박사(43)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말을 빌려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Don't waste a crisis)”고 말했다. ‘위기일수록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화와 디자인을 강조하는 오세훈 서울시장(48)도 “어려운 때 꾸준히 투자해야 호황이 왔을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3회 ‘2009 글로벌서울포럼’ 참석차 서울을 찾은 핑크 박사와 오 시장은 10일 처음 만났지만 “소프트파워를 통해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쉽게 의견을 모았다. 다음은 신동엽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두 사람의 지상 대담.

▽핑크=지금 세상은 정보사회에서 감성의 시대로 가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사람들은 논리를 관장하는 왼쪽 뇌를 사용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고, 사회 규범을 어기며 문제를 일으켰다. 당장은 경기를 진작하고, 금융시스템을 정비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서울을 포함한 모든 도시나 국가가 문화나 디자인 등 감성을 기반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오=위기는 어차피 한시적이다. 문화와 디자인 등으로 도시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데는 불황과 호황이 따로 있을 수 없다.

▽핑크=서울은 세계의 여타 대도시에 비해 교육받은 인재, 정보기술(IT) 인프라, 실용적 리더십 등 3가지 우위가 있다.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보는 일은 미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남은 과제는 이 같은 우위를 어떻게 조화해 시민들의 일상에 각인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오=흔히 간과하지만 서울은 밤에 여자가 혼자 걸어다녀도 좋을 만큼 안전한 도시다. 또 조선시대부터 600년, 한성백제부터 따지면 2000년, 선사시대부터는 50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대장금’ 같은 한국 드라마가 중동이나 남미에까지 팔리는 것은 이 같은 역사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핑크=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풍부한 인재다. 뉴욕의 강점은 인재가 환영받고, 접근하기 쉽고, 모험하기 쉽다는 것이다. 서울도 개방성이 중요하다. 새로운 인재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함께 온다.

▽오=서울의 불리한 점 중 하나가 바로 영어 소통이다. 우리가 필리핀 정도로 영어 소통이 가능했다면 일본 도쿄나 중국 베이징 등 경쟁도시를 쉽게 앞섰을 것이다. 외국의 인재들이 병원이나 학교에서 불편을 겪지 않고,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꾸준히 투자할 계획이다.

▽핑크=서울은 디자인이 중심이 된 다른 글로벌 도시들처럼 디자인 엘리트 도시 그룹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역동적인 변화가 확실히 느껴진다. 그 혁신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대니얼 핑크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수석대변인 출신으로 혁신과 경쟁력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래학자. 미국 노스웨스턴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타임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등에 경제와 기술, 노동에 관한 칼럼과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와 ‘새로운 미래가 온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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