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충격 보고서’ 오늘 발간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4분


고 권용목 씨
고 권용목 씨
민주노총 설립 주역 故권용목 씨

3개정파 권력투쟁… 대의원대회때마다 싸움 욕설 얼룩

산하노조에서 거둔 5억 빼돌려 주식투자 등으로 날려

노조 간부들 매점 입찰 미끼로 술- 성접대 요구하기도

최근 내부 정파 갈등과 소속 간부의 성폭력 시도 파문으로 위기에 처한 민주노총이 12일 내부혁신대회를 열 계획인 가운데 민주노총 탄생에 산파 역할을 했던 고 권용목 씨가 쓴 비판 보고서가 출간된다.

민주노총의 내부 비리를 폭로한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의 대표 저자인 권 씨는 현대엔진 노조위원장,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상임대표 등을 지냈다.

권 씨는 이 보고서 발간을 위해 열흘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집필 작업을 하다 지난달 작고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11일 이를 책으로 출간한다.

권 씨는 보고서의 서두에서 “민주노총은 선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범이자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괴물”이라며 민주노총의 부패와 불법파업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는 민주노총의 재정비리와 파업, 내부소통 부재, 비민주적 운영 행태, 노조전임자 및 비정규직 문제, 이념과 정체성, 조직, 정치권력과의 관계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보고서 첫 장의 제목은 ‘부패 백화점 민주노총’이다. 보고서는 민주노총 최초의 비리사건인 ‘재정위 사건’을 거론한다. 설립초기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던 민주노총 지도부는 재정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단위조합으로부터 티셔츠, 빨간 조끼 등 쟁의용품 구입 명목 등으로 돈을 거뒀다.

하지만 설립 1년 뒤인 1997년 재정위 내부의 몇몇 사람들이 5억2000여만 원을 빼돌려 주식, 사업 등에 투자했다가 원금까지 탕진했다.

권 씨는 “당시 진상조사위원장이었던 이성도 씨(2007년 사망)가 조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운동진영의 비도덕성에 경악했다”고 회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금횡령에 가담했던 5명 가운데 1명은 나중에 민주노총을 탈퇴해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냈고 또 다른 1명은 민주노동당 지역구 위원장을 지내고 있다.

권 씨는 “월급 받던 현장 노동자가 노조 지도부에 올라와 조금만 눈을 돌리면 온갖 이권이 눈에 띈다. 손만 뻗으면 ‘떼돈’이 굴러들어오게 생겼는데 무슨 도덕성! 점점 도덕성이 무감각해지고 결국엔 노조가 비리와 부패의 백과사전이 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인사가 택시조합 이사장으로부터 8000여만 원을 받아 구속 기소된 사건을 두고 권 씨는 “택시운전사는 하루 12시간 일해 한 달에 100만 원 남짓 번다”며 “벼룩의 간을 빼먹지, 민주노총의 수석부위원장이!”라며 개탄했다.

권 씨는 “전국의 노동현장은 비리로 해가 뜨고 해가 질 정도로 타락해 있다”며 노조간부들이 산업단지 내 매점 입찰을 미끼로 수백만 원의 술과 성 접대를 요구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국민파, 중앙파, 현장파 등 3개 조직이 주도권을 잡고 돌아가면서 운영된다. 세 정파는 주도권 장악을 위해 끝없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

1998년 2월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치러진 대의원 대회 중에 조용하게 끝난 것은 단 두 번뿐이다. 나머지 대회는 싸움과 고성, 욕설 등으로 얼룩졌다.

현장에서 일하지 않고 노조활동만 하는 노조전임자도 회사에서 임금을 받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2006년 기준으로 노조활동만 하는 노조전임자와 대의원을 합해 734명에 달한다. 연간 450억 원의 임금을 받는다.

노동조합은 회사에서 차량이나 유류비 등 각종 지원도 받고 있다. 권 씨는 “(노조전임자들은) 남들은 들어가지 못하는 차를 끌고 회사에 나가고, 업무시간에도 마음대로 시내를 질주한다. 뭐라는 사람도 없다. 특권층이 되어 세상 편한 생활을 영위한다”고 지적했다.

민노총 “허위사실땐 법적조치”

한편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책의 내용이 민주노총에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에 배포되는 것은 문제”라며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따져서 허위 사실이 있으면 배포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동아닷컴 임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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