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손님 10명중 6,7명은 일본인
엔화 강세로 유례없는 대호황
딜러들 “화장실 못갈만큼 바빠”
月430억 최대 매출 올린 곳도
25일 저녁 서울 중구에 있는 세븐럭 카지노 밀레니엄서울힐튼점 내부.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찬 142대의 머신은 전자음을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바카라(두 장의 카드를 더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와 다이사이(주사위 3개의 숫자나 숫자 조합을 맞히는 게임) 테이블에서는 종종 환호성이 터졌다.
“얏다(해냈다)” “스고이(대단하다)” 등 일본어 감탄사가 곳곳에서 들렸다.
특히 일본인들이 좋아한다는 룰렛(딜러가 스핀한 볼이, 회전하는 휠의 어느 숫자에 떨어질지 맞히는 게임) 테이블은 삼삼오오 짝을 지은 일본인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카지노장 중앙에 있는 식음료 바(bar) 역시 일본인 관광객들의 차지였다. 공짜로 제공되는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장에는 일본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속속 들어왔다. 사상 유례가 없다는 불황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선 남의 나라 얘기인 듯했다.
23일 원-엔 환율이 사상 처음으로 100엔당 1600원을 넘어서는 등 환율이 폭등하면서 세븐럭이나 파라다이스 등 외국인 전용 카지노들은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 “엔고 실컷 즐길래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세븐럭 카지노는 지난달 430억9000만 원의 매출을 올려 2006년 회사 설립 후 월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24일 현재 매출액은 364억3000만 원에 이른다.
일본인 관광객의 카지노 출입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엔고(円高)의 영향으로 올해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1월 세븐럭 카지노 3개 매장(밀레니엄힐튼, 강남, 부산 롯데)의 일본인 비율은 전체 입장객의 56.3%(5만5888명)였으나 이달 들어 63.8%로 늘었다.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명동이나 도심과 가까운 힐튼점의 일본인 고객 비율은 71.4%나 된다.
매장 환전소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스고이”다. 예전 같으면 1만 엔을 원화로 환전할 때 8만∼9만 원을 받았으나 지금은 15만 원 이상을 받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온 이케우치 나쓰코 씨(20)는 “한국에 처음 왔는데 무척 싸게 관광을 하는 느낌”이라며 “엔화가 떨어지기 전에 실컷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명숙 딜러(27)는 “손님이 너무 많아 화장실 가기가 힘들 때도 있지만 외화벌이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 손님 줄어도 매출은 급증
또 다른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파라다이스도 엔고 현상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는 올해 1월 일본인 관광객이 45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431명)에 비해 17% 정도 줄었다. 서울 도심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고에다 고객들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일본인 관광객들로 인한 매출은 51억3000만 원에서 93억3000만 원으로 되레 급증했다.
부산과 제주를 포함한 파라다이스 전체 카지노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은 86억4700만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3.3% 급증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