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용산 철거민 참사’ 추모 시위 현장에서 일부 시위 참가자가 헌병대 소속 군인들을 억류한 뒤 집단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밤늦게까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인근 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를 벌인 시위대는 명동성당 인근에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 소속 조모 상병(22) 등 6명을 붙잡았다.
30여 명의 시위대는 조 상병 등이 ‘경찰 프락치’가 아닌지 확인하겠다며 둘러싼 뒤 위협해 무릎을 꿇게 했다.
조 상병 등은 “우리는 전경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흥분한 시위대는 이들의 머리를 때리고 발길질을 하는 등 집단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는 “사복 경찰이다” “이 ××들 전경이잖아” “다 죽여 버릴 거야”라며 협박을 계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상병 등은 “수도방위사령부에서 나온 헌병대”라고 신원을 밝힌 뒤 “군인이 집회에 나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위대는 욕설과 함께 신분증 확인을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는 신분증을 빼앗은 뒤 군번을 암기하고 있는지 시험했고, 휴대전화기를 빼앗아 찍혀 있는 사진을 확인하기도 했다.
헌병들은 30여 분간 시위대에 둘러싸여 곤욕을 치르고서야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육군 관계자는 “조 상병 등은 시위현장 근처에서 탈영병을 체포하거나 외박이나 휴가를 나온 장병들이 시위 인파에 휩쓸리는 것을 막기 위해 활동하고 있었다”며 “이들이 공무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는데도 시위대가 이들을 억류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