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술에 필름 끊기고 두잔술에 생명도 위협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3시 03분


가짜양주=싸구려양주+이온음료+자양강장제

손님에게 가짜 양주를 팔아 취하게 한 뒤 이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술집 주인과 조직폭력배가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8월과 12월, 경기 수원시의 모텔에서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된 A(25) 씨와 B(34) 씨는 가짜 양주를 마신 뒤 급성알코올중독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호객꾼인 ‘삐끼’에게 속아 가짜 양주를 마시고 바가지를 쓴 사람은 적지 않지만 이로 인해 목숨까지 잃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두 사람이 숨진 주요 원인은 가짜 양주. 특히 이미 취한 상태에서 가짜 양주를 마시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3000원짜리가 25만 원

경찰에 따르면 가짜 양주는 도매가가 3000원이 넘지 않는 값싼 국산 양주에 이온음료와 자양강장제를 섞어 만든다.

이번에 술집 주인 등을 검거한 서울 서대문경찰서 조직폭력팀 이대우 팀장은 “원가가 3000원도 안되는 가짜 양주를 이들은 25만 원에 판매해 100배에 가까운 폭리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가짜 양주를 파는 일당은 한 가게에서 3개월 이상 장사하지 않는다. 이 팀장은 “통상 6개 정도의 업소가 연계해 2, 3개월 단위로 종업원들이 옆 가게로 이동한다”며 “그래야 나중에 항의하는 손님들과 경찰의 단속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가짜 양주 왜 빨리 취할까

가짜 양주의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한 잔만 먹었는데도 금방 정신을 잃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여러 음료가 섞이면서 알코올 농도가 체내 흡수가 가장 빠른 20도로 변하고 이온음료의 경우 알코올 흡수를 더 빠르게 하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발포성 탄산이 섞인 술의 경우 도수와 상관없이 흡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며 “술을 잘 마신다고 평소 자랑하던 사람들도 취한 상태에서 가짜 양주를 마시면 바로 정신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경찰은 숨진 두 사람은 종업원의 권유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계속 가짜 양주를 마셨기 때문에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숨진 두 사람의 혈중알코올농도는 각각 0.37%, 0.42%. 부검을 담당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검안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37% 상태이면 체온강하, 호흡 곤란의 증세가 나타나 결국 혼수상태에 빠진다”며 “심장의 질병 유무와 상관없이 1시간 내에 의식을 잃고 심장 이상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밝혔다.

○ ‘삐끼’는 무조건 피해야

이 팀장은 “가짜 양주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삐끼가 유혹하는 곳은 무조건 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짜 양주 판매업소의 삐끼들은 1차를 마치고 술에 취한 사람만을 목표로 삼는다. 그래야 종업원이 의심을 사지 않고 가짜 양주가 담긴 병을 개봉할 수 있기 때문.

경찰은 “송년회 등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가짜 양주로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부쩍 늘었다”며 “지나친 호객행위를 하는 업소는 한번쯤 의심해 보고 양주는 직접 개봉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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