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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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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아 본 학생과 학부모는 정시모집 지원 전략을 세우느라 바쁘다. 올해는 수능 점수제 부활과 수리 영역 표준점수 상승, 의학·법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인한 상위권 학생의 지원 행태 변화까지 맞물려 대학 입시가 어느 해보다 복잡해졌다.
이런 환경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나 홀로 전략’을 고집했다간 올해 입시에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정시모집 지원의 기본 원칙과 지원전략 수립 시 고려할 요소를 살펴보자. 》
영역군별 표준점수-백분위 기준 배치표의 ±5점내에서
지원가능 대학 모집군별로 3∼5개 선정, 요강 유불리 비교를
○ 객관적 성적분석으로 지원수준 결정을
입시정보에 목마른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교육업체에서 발표하는 점수대별 대학 배치표를 기준으로 지원 대학·학과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배치표는 학생부, 대학별 고사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고 수능 성적(대체로 표준점수)만을 기준으로 개략적으로 작성된 자료다. 개별 대학·학과의 합격선을 ‘예측하는’ 자료라기보다 지원 가능성을 ‘가늠하는’ 참고자료로 보는 게 적절하다.
현재 성적을 정확히 분석해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최우선이다. 올해는 수능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중심으로 영역별 유불리, 반영영역군별 유불리, 수리와 탐구 영역의 가산점에 따른 유불리, 영역별 반영배점의 유불리 등을 분석해야 한다. 김영일 중앙학원 원장은 “영역군별 표준점수나 백분위를 기준으로 배치표의 ±5점 안팎에서 지원 가능 대학·학과를 군별로 3∼5개 정도 찾아본 다음 해당 모집단위의 전형요강별로 지원 시 유불리 요소를 깐깐히 다져야 한다”고 말한다. 세 번의 복수지원 기회를 각각 소신, 적정, 안정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원전략에 따라 이들 조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희망 대학·학과를 낮추더라도 합격을 우선시 하는 전략인지 재수도 불사하는 자세로 도전적인 전략이냐에 따라 안정지원 위주로도, 소신지원 위주로도 갈 수 있다.
○ 모집군별 특성 이해해야 합격 보인다
수험생들은 정시모집 ‘가, 나, 다’군에서 모집군별로 1개 대학씩 총 3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모집군과 관계없이 중복지원 가능한 산업대 제외). 전문가들은 모집군별 특성을 잘 파악하면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상위권 대학 대다수가 포함돼 있고 각각 정시모집 인원의 37.9%와 37.0%를 차지하는 ‘가’군과 ‘나’군은 수험생들이 대체로 안정 또는 적정 지원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정시모집 인원의 25.1%를 차지하는 ‘다’군은 모집인원이 작아 경쟁률이 높고, ‘가, 나’군 합격자의 이동으로 인한 추가 합격 비율이 높은 편이다. 지원자의 점수 편차도 ‘가, 나’군에 비해 크다. 이는 상위권 대학은 ‘다’군에서 신입생을 뽑는 경우가 드물어, ‘가, 나’군에서 안정 지원한 수험생은 ‘다’군에서 상향 지원을, ‘가, 나’ 군에서 상향 지원 한 수험생은 ‘다’군에서 하향 안정 지원을 하는 경향 때문이다. 높은 경쟁률, 추가 합격률, 지원 경향 등으로 인해 ‘다’군의 합격 가능성 예측이 가장 어렵다.
이러한 모집군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지원하면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지원 대학의 입시요강에 대한 미시적 분석에 머무르지 않고 모집군별 특성까지 고려하는 지원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 모집단위의 크기와 합격 가능성 함수관계 고려를
지원 가능성 검토와는 별개로, 최종 합격 점수와 지원가능 점수에 영향을 주는 모집단위의 크기라는 변수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그림>에서처럼 모집정원이 100명인 A학과와 20명인 B학과의 사례를 살펴보자. 통상 합격자의 상위 80%에 해당하는 점수를 기준으로 하는 배치점수는 386점으로 같지만, A학과는 배치점수보다 3점 낮은 383점으로도 합격할 수 있는 반면 B학과는 이 점수로는 합격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모집군과 경쟁률 등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모집정원이 많은 학과는 적은 학과에 비해 일반적으로 지원자의 점수 편차가 커지는 관계로 합격자의 점수 편차도 함께 커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배치표에서 동일 점수대에 있는 모집단위라 해도 모집인원까지 깐깐히 따져봐야 할 이유다.
물론 경쟁률이 치솟아 해당 모집단위 지원자의 점수 편차가 줄면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김 원장은 “따라서 지원하려는 모집단위의 최근 2, 3년간의 경쟁률을 체크해 해당 학과의 선호도를 확인하고, 적정 또는 상향지원 시에는 원서 마감 직전까지의 실시간 경쟁률을 주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