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국가보조금 비리 수사… 162명 구속기소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2시 59분


침대 밑엔 2000만원어치 상품권

수사중에도 화장실 천장에 돈 숨겨

검찰은 9월 한국토지공사 전 이사 유모 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다 ‘상품권 벼락’을 맞았다. 유 씨의 방 침대 밑 좁은 공간에서 2000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과 양복 티켓이 쏟아져 나온 것. 유 씨는 아파트 인·허가 관련 편의 제공 명목으로 31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기업이 한창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겁 없이 돈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공사 수주와 관련해 2000만 원을 받았다가 불구속 기소된 한국중부발전 박모 처장은 압수수색 전날까지 돈을 받은 뒤 이를 화장실 천장에 숨겨놓았다가 발각됐다.

▽공기업·국가보조금 수사 마무리=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올 3월부터 전국 일선 검찰청에서 대대적으로 벌인 공기업 비리와 국가보조금 비리 수사 결과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33개 공기업의 전현직 임직원 82명을 구속기소하고 168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7일 발표했다.

검찰은 120건의 국가보조금 비리도 적발해 80명을 구속기소하고 333명을 불구속기소했으며 870억여 원이 부당 지급되거나 유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전력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자산규모 기준 1∼4위 공기업에서 모두 비리가 적발됐고 코레일, 군인공제회 등 7곳에서는 전현직 최고경영자의 비리가 드러났다.

공기업 비리의 경우 공사 및 납품 발주와 공금 횡령, 인사, 대출 및 자금 지원 관련 비리 등 4개 유형의 비리가 두드러졌다고 검찰은 밝혔다.

▽현역 국회의원 수사는 계속=대검 중수부는 강원랜드 및 해외자원 개발 비리에 대한 수사 결과 강경호 코레일 사장, 정장섭 전 한국중부발전 사장 등 19명을 구속기소하고 한수양 포스코건설 사장, 김현미 전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등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원랜드 비리 의혹에 연루된 최욱철(무소속) 의원과 제주도 영리의료법인 관련 금품수수 혐의로 청구된 사전구속영장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김재윤(민주당) 의원에 대한 수사는 계속된다. 검찰은 김재윤 의원에 대해서는 정기국회가 끝나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신병을 처리할 계획이다.

유아이에너지 대표 최규선 씨는 해외유전 사업 관련 정관계 비리 및 한보철강 인수 관련 로비 수사의 실마리가 됐지만 정작 최 씨는 회사 돈 95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만 인정돼 벌금형에 약식기소됐다.

최 씨에서 시작된 유전개발 로비 수사로 김상현 전 민주당 상임고문과 정웅교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이 구속기소됐고 한보철강 로비 수사로 김현미 전 의원이 불구속기소됐다.

최 씨로부터 출국금지 해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조사받은 정대철 전 민주당 상임고문은 주고받은 돈이 로비 명목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내사 종결됐다.

최재경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앞으로 전국 일선 검찰청은 ‘권력형 고위공직자 비리’와 ‘지역 토착 비리’에 대한 통상 수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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