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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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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수입상이 주변의 지인들에게 외제차를 공짜로 주겠다며 명의를 빌려 거액을 대출받은 뒤 잠적해 피해자들이 수억 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1일 공짜로 외제차를 탈 수 있게 해준다는 자동차 수입업자 김모(30) 씨의 말에 속아 할부금융사에 수억 원의 빚을 지게 된 89명이 김 씨를 고소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김 씨가 할부금융사에서 대출받아 사업자금을 마련하도록 명의를 빌려주면 그 대가로 외제차를 주기로 했다”며 “리스 영업을 통해 얻는 이익으로 대출금도 모두 알아서 갚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20, 30대 젊은 층으로 탤런트 홍모(32) 씨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피해액이 모두 85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씨가 차량 분실이나 파손으로 사업에 손해가 날 수 있는 위험을 알리지 않은 채 반드시 수익이 나니 명의만 빌려주면 차량 구입대금을 갚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안심시켰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들의 명의로 지난해 9월부터 1년여간 외제차를 1인당 2∼5대 구입한 뒤 이 차를 담보로 여러 할부금융사에서 4000만∼2억 원씩 대출을 받았다.
피해자 박모(31·여) 씨의 경우 7월 A캐피털에서 렉서스 ES350을 담보로 5300만 원을 빌리는 등 할부금융사 5곳에서 모두 2억1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김 씨는 사업 실패로 빌린 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잠적했고 할부금융사들은 피해자들에게 빚 독촉을 시작했다.
고소인들은 “할부금융사들이 실직자에게 2억 원이 넘는 돈을 빌려주는 등 본인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거액의 돈을 대출해주는 관행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