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시도지부장 선거 ‘후보 빈곤’

  • 입력 2008년 11월 12일 02시 56분


16곳중 3곳 후보 없고 11곳 1명뿐… 등록 연장

“계파싸움 - 강경투쟁에 피로 누적이 원인” 분석

과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도지부장 선거는 복수 후보자가 나와 경선까지 치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으나 올해는 경선 지역이 두 곳밖에 되지 않는 등 선거 열기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강경 투쟁 방식에 염증을 느껴 탈퇴하는 조합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맞물려 향후 진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 못 낸 지부 수두룩=전교조는 12월 3∼5일 제14대 위원장 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16개 시도 지부장 선거 후보 등록을 받은 결과 서울과 대구 지부에서만 2명의 후보가 등록해 경선으로 치르게 됐다고 11일 밝혔다.

강원 경기 경남 광주 경북 대전 울산 인천 전북 제주 충남 등 11개 지부에서는 단독 후보가 나왔다. 부산 전남 충북 등 3개 지부에서는 아예 후보를 내지 못해 12일까지 후보 등록기간을 연장해 추가 등록을 받고 있다.

1998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지부장 선거가 이처럼 각광을 받지 못하고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분석이다.

전교조 위원장이나 지부장 선거는 사실상 계파 싸움이다. 상대적 온건파인 민족해방(NL)계열의 ‘참교육실천연대’와 강경파로 분류되는 민중민주(PD)계열의 ‘교육운동의 미래를 찾는 사람들’이 대립하고 있다.

양대 세력인 NL계열과 PD계열은 전교조 집행부 장악을 위해 위원장과 지부장 선거에서 세력 대결을 벌여왔다. 2004년 선거에서는 11개 지부에서, 2006년 선거에는 8개 지부에서 경선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올해는 경선은 고사하고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NL계열은 16개 지부 중 강원 대전 경북 울산 전북 충남 등 6개 지부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다.

이런 사정은 PD계열도 마찬가지여서 경기 경남 광주 인천 제주 등 5곳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다.

▽지부장 선거 왜 시들한가=전교조 지부장은 16개 시도교육감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갖고, 각종 교육 현안에 발언권을 행사하는 등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자리로 꼽힌다.

그러나 지부장 선거가 썰렁해진 것은 투쟁 일변도의 전교조 운영방식에 대한 조합원들의 회의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교조 전임 간부인 A 씨는 “전교조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부정적인데도 계파 싸움과 강경 투쟁에만 매몰돼 있다”며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쌓여 나타난 결과”라고 진단했다.

또 이명박 정부가 전교조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고, 시도교육청도 전교조와의 불합리한 단체협약을 해지하는 등 공세를 취하고 있어 전교조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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