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3… 8대1… 4대5… 간통죄 위헌의견 처음 절반 넘었다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 헌재 아슬아슬 합헌 결정

달라진 국민시각 반영 ‘합헌 vs 위헌의견’ 4대5

보수 성향 목영준 재판관도 강한 목소리로 “위헌”

존폐 논란이 뜨겁게 이어져온 간통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30일 네 번째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혼인제도와 가족생활의 근간을 흔들 위험이 있는 간통은 순수한 윤리적, 도덕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며 따라서 법이 개입해 형사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기존 견해를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합헌 결정에 이른 과정과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거와 달라진 점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위헌 의견 절반 넘어…“달라진 국민 시각 반영”=9명의 헌재 재판관 중 1990년에는 6 대 3, 2001년에는 8 대 1로 합헌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것과 달리, 이번 결정에서는 위헌 의견이 5명으로 합헌 의견(4명)보다 더 많았다. 아슬아슬하게 합헌이 유지됐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합헌 의견을 내면서도 “구체적 행위 양태를 고려하지 않고 반(反)사회적 성격이 약한 경우까지 간통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입법을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민형기 재판관이 위헌 쪽으로 기울었다면 위헌 결정 정족수(6명)를 채우면서 간통죄는 역사 속으로 퇴장할 뻔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가운데 김종대,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은 “간통 및 상간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간통죄 폐지론자들의 주장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 일반 국민의 성(性) 문제에 대한 법 감정이 간통죄가 제정된 195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진 데다, 간통죄에 대한 형사처벌이 일부일처제와 가족제도, 여성의 보호에 더는 현실적 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간통죄에 부정적인 의견이 늘어난 데에는 배우자에 대한 간통 고소가 이혼소송이나 민사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법원 내부에서는 간통 사건에 대해 “법률 조문이 있으니 처벌은 해야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게 진짜 죄가 되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1, 2년 뒤 다시 간통죄가 심판대에 오른다면 위헌 결정이 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다. 아예 법 자체가 폐지되는 전면 위헌은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조건부 위헌을 뜻하는 불합치 결정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법조계에선 본다.

▽정치적 성향과 간통죄 찬반은 불일치=재판관의 성향과 간통죄에 대한 찬반 의견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성향이나 출신에 따라 진보적 성향의 재판관들은 위헌 의견을, 보수적인 재판관들은 합헌 의견을 낼 것이라는 예상과는 어긋난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법시험 17회 동기로 헌재 안팎에서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송두환 재판관은 위헌 쪽에 섰지만 “배우자가 있는데도 간통을 한 사람과 그 상대방을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는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조대현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반면 엘리트 법관 출신으로 보수성향으로 알려진 목영준 재판관은 가장 강한 목소리로 위헌 의견을 냈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추천을 받아 비슷한 성향으로 분류되곤 하는 민형기, 김종대 재판관은 합헌과 위헌으로 의견을 달리했다.

▽간통죄 처벌, 점점 약해지는 추세 =대법원에 따르면 간통죄로 기소된 피고인 수는 10년 전인 1998년에는 2000여 명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1200명가량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는 8월까지 537명이 기소됐다.

처벌 수위도 낮아지는 추세다. 1998년에는 간통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417명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8월 현재 25명으로 급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정파괴범처럼 극단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국가가 가정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닷컴 신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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