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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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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외로우셨어요. 잘못이라면 가난과 고생에 찌들어 산 죄, 자식만은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려 애쓴 죄밖에 없는데….”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 방화살인사건으로 희생된 중국동포 이월자(49) 씨의 장녀 방해란 씨가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를 읽으며 통곡을 터뜨렸다. 희생자 유족과 중국동포 등 200여 명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민대자(51) 씨와 중국동포인 이월자 씨, 박정숙(52) 씨, 조영자(53) 씨 등 희생자 가운데 장례를 치르지 못한 4명의 합동장례식이 열렸다.
고시원 참사 대책위원장 김해성 목사는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길 겨를도 없이 병원비, 장례식비 등으로 이중삼중 고통을 겪다 각 기관, 시민들의 도움으로 마침내 장례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심장이 약한 조영자 씨의 남편 천광호 씨는 장례식장을 나서면서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다. 천 씨는 조 씨의 관이 옮겨질 때 링거를 꽂은 채로 나와 “잘 가라”는 말을 반복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월자 씨 유족은 관이 영구차에 실리자 10여 분간 관을 부여잡고 울었다. 이 씨 언니는 “월자가 가장 좋아하는데도 생전에 한 번밖에 입지 않은 한복”이라며 연보라색 한복을 관 위에 올려놓아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이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봉사단은 그동안 모은 성금으로 희생자 유족에게 2000만 원 이상씩 지급하기로 했다. 또 강남경찰서와 강남구, 영동세브란스병원, 서울의료원 등에서도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