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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2일 0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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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나 관리소홀로 인한 사고 등 관계 기관에 책임소재가 있는 경우 규정된 절차에 따라 수억 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다보니 중상을 입은 피해자들이 장기간 치료비를 부담하다 빚더미에 안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번 고시원 참사 용의자 정모(31) 씨는 주차요원 등의 일을 하며 월 120만원 남짓을 벌었고 8월부터는 실직 상태였다. 정 씨의 칼에 죽거나 다친 13명의 피해자들은 위로금은 고사하고 장례비마저 받아낼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 같은 피해자들을 위해 국가가 일정 부분 금전적 지원을 하는 범죄피해자구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법무부 범죄피해자구조금 예산집행 현황에 따르면 연간 신청건수는 250여 건에 달하지만 예산은 19억여 원에 그치고 있다. 2005년의 5억3000만 원보다는 많이 늘었지만 현실적으로 절대 부족한 상황.
이러한 예산상의 제약으로 사망의 경우 1000만 원 한도 내에서 유족에게 구조금이 지급된다. 부상자에 대해선 장애 등급에 따라 3등급은 300만원, 2등급은 400만원, 1등급은 600만원의 범위 내에서 지원액이 결정된다.
검찰 관계자는 "지원액이 적을 뿐 아니라 신청자 중 지원받는 비율이 50~60%에 그쳐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엔 한계가 많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2003년부터 전국 지방검찰청 산하에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생겨 관련 업무를 맡고 있지만 소액의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실정이라 지원규모는 미미하다. 피해가 심한 유족들을 선별해 100~300만원 정도를 지급하는 정도다.
그러다보니 2004∼2006년 부녀자 13명을 살해하고 20명을 중태에 빠트린 정남규 연쇄살인 사건의 경우, 희생자 가족 중 상당수가 중환자실 치료비를 대느라 빚더미에 앉았다. 또 정신적 충격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워져 극빈층으로 추락하는 사례도 많다.
서강대 법학과 이호중 교수는 "'묻지마 범죄'의 경우 사회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만큼 국가도 보상 책임이 있다"며 "예산타령만 할 게 아니라 영국처럼 범죄자들의 벌금을 모아 범죄피해자 지원 용도로 활용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광영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