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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8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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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낼 돈 없어 ‘몸으로 때우기’ 19% 늘어
《퇴직 공무원인 A(70) 씨는 아들(43)이 올해 초 스포츠용품 대리점을 운영하다 폐업하면서 은행으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됐다. 자신과 아들이 대리점 공동사업자로 등록된 탓에 잠적해 버린 아들의 빚을 대신 떠안게 된 것. A 씨는 아침에는 지하철에서 폐지를 모으고 낮에는 건물 청소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은행 대출금 1000만여 원을 갚지 못해 대여금 소송을 당했고 최근 패소했다. 얼마 뒤 법원 집행관은 살림살이 대부분을 압류했다. 집안에 붙은 빨간 압류 딱지에 두 손자가 충격을 받을까 봐 아이들은 친척 집에 보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2000만 원 이하의 돈을 갚지 못해 법정에 서는 서민들이 올해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원자재 값과 환율 급등으로 파산회생을 신청하는 기업도 급증하고 있다.
○전담재판부 16개서 20개로 늘려
2000만 원 이하 민사소액 사건은 주로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갚으라는 대여금 소송과 빚보증을 잘못 선 탓에 보증보험 회사들에 소송을 당하는 구상금 소송이다.
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민사소액 사건은 올해 7월 한 달간 1만7717건. 지난해 12월 2만 건을 처음 넘어선 이후로 예년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민사소액 사건이 급증하면서 전담 재판부를 16개에서 20개로 늘렸다”며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 등이 겹쳐 몇백만 원을 갚지 못해 법정에 선 서민들을 보면 체감경기가 훨씬 악화된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벌금을 내지 못해 교도소에서 ‘몸으로 때우는’ 사람도 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벌금을 내지 않아 노역장에 유치되는 사람이 8월 말 기준 하루 평균 2138명으로 지난해 1797명에 비해 18.9% 늘어났다.
○파산회생 신청기업 1년 새 2.5배
기업들의 회생 신청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환(換)위험 헤지용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기업들과 건설, 정보기술(IT) 업종 중소기업들의 회생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기업의 회생절차(회생합의) 사건은 2006년 9월∼2007년 8월 1년간 25건이던 것이 2007년 9월∼2008년 8월에는 64건으로 2.5배가량 급증했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들어온 회생 신청도 51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신청건수(29건)를 훌쩍 넘어섰다.
파산부 관계자는 “통합도산법 도입으로 기존 경영자가 법정관리 신청 기업의 관리인으로 임명되는 길이 열리면서 파산보다는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 절차를 밟는 기업이 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