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바람 잘 날 없는 ‘밀양 풍력단지’

  • 입력 2008년 8월 19일 06시 35분


경남 밀양시와 울산 울주군 경계에 위치한 천황산(1189m) 정상 부근에 추진 중인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놓고 사업 시행자와 환경단체 간의 마찰이 재연되고 있다. 천황산은 해발 1000m 이상의 산 7개가 모여 있는 ‘영남알프스’ 중 하나로 사업에 반대하는 울산시와 찬성하는 경남도 및 밀양시 간의 마찰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정 발전소 건설”=민간사업자인 ㈜경남신재생에너지는 ‘밀양-울산 풍력발전단지’에 대한 설계를 최근 완료했으며 2010년 상반기 상업운전을 목표로 올해 말 착공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경남신재생에너지는 “993억 원의 사업비로 천황산 정상 부근에 총 설비용량 5만600kW(2300kW짜리 발전기 22기)의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2004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2년여에 걸쳐 풍력자원을 측정한 결과 80m 상공에서의 평균 풍속이 초속 7.6m로 나타나 풍력발전소의 적지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남도와 밀양시, 경남신재생에너지는 2005년 12월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8월 환경부의 사전 환경성 검토와 산업자원부의 발전사업자 허가를 받은 뒤 사업용지 매입 계약을 완료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을 울주군 신불산을 거쳐 19km 떨어진 울주군 삼남면 언양변전소로 보내기 위해 산악지역 15km 구간에 높이 30∼40m의 철탑을 300∼350m마다 1개씩 총 38개를 세워야 한다. 밀양시 삼문동에 위치한 변전소까지는 30km 떨어져 있어 언양변전소로 공급하는 것.

경남신재생에너지 정현종 이사는 “풍력발전단지는 오염 배출원이 없는 친환경 발전소”라며 “풍력발전단지가 건설되면 울산도 청정에너지 도시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훼손’=울산지역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밀양-울산 풍력발전단지 반대 공동추진위’는 “풍력발전단지 조성 예정지인 영남알프스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자 광범위한 온실가스 흡수원”이라며 사업 백지화를 촉구했다.

울산시와 울주군도 “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언양변전소로 보내기 위해서는 배내골∼천주교 성지인 죽림굴∼신불산 휴양림∼단조늪 구간에 철탑을 세워야 한다”며 “대형 철탑이 들어서면 영남알프스의 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한편 경남도 관계자는 18일 “현행 자연공원법상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위한 도립공원 일부 해제는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위한 마지막 남은 행정 절차인 경남도의 가지산 도립공원 일부 해제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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