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못주는 정치 촛불로 질타받아”

  • 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 여야 386 정치인들이 본 시위

2008년 6월.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21년이 지나 다시 ‘광장의 시민들’을 맞닥뜨린 386 혹은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의 소회는 남달랐다.

당시 시민들과 한목소리로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주장했던 386 의원들은 국민과 정치의 넓어진 간극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대의 민주주의를 신뢰하지 못하고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이번 촛불집회가 정치 발전의 계기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투옥돼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옥중에서 지켜봤던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대의 민주주의 정치가 하루빨리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국민이 든 촛불은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하나의 과정으로 승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1985년 11월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투쟁으로 구속돼 3년간 옥고를 치른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 대해 ‘또 다른 측면의 애국심’이 그 동력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정권 퇴진을 요구했던 1987년과는 차이가 있다. 시민들은 지금 이명박 정권의 퇴진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정부에서 더 수렴하기를 바라는 의지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1987년 당시 동국대 ‘호헌철폐와 민주헌법 쟁취를 위한 애국학생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통합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국민은 진화했는데 행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의 진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이번 촛불집회는 무기력한 여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보여준 것”이라며 “1987년 국민의 대통령 직선제 요구를 받아들여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듯이 이번에도 국민의 요구를 정치권이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대의 민주주의라는 것은 직접 민주주의가 활성화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며 “국민의 요구와 원칙을 국회가 제대로 실현해 내지 못할 때 시민들은 답답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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