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집회 ‘축제’, 쇠파이프 ‘폭력’…‘촛불’의 두 얼굴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2분


5일부터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 농성’ 집회는 8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킨 시위대 3500여 명(경찰 추산)의 구호와 함께 종료됐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8시 50분경 행사를 마치고 남대문 방면으로 거리행진을 한 뒤 서울광장에 다시 모여 “6월 10일 시청으로” 등의 구호를 외치다 오후 10시경 자진 해산했다.

이에 앞서 7일 오후부터 8일 새벽까지 열린 촛불집회는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종로구 세종로로 이어지는 ‘차도 광장’을 누비며 평화롭게 ‘놀이’와 ‘축제’처럼 진행되던 7일 집회는 밤 12시를 넘겨 8일 새벽 쇠파이프와 삽이 처음으로 등장하며 결국 ‘폭력 사태’로 얼룩졌다.

이와 관련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는 8일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폭력 시위 자제를 촉구하는 ‘평화집회 호소문’을 발표했다.

국민대책회의는 ‘72시간 집회’에 13만여 명(경찰추산)이 참가한 분위기를 살려 6월 민주항쟁 21주년인 10일 ‘6월 10일 100만 촛불 대행진’ 행사를 열 계획이다.

○‘놀이광장’ 세종로

‘72시간 집회’ 이틀째인 7일 서울광장과 세종로는 촛불시위대의 ‘놀이 광장’이었다. 4만여 명(경찰 추산)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서울 곳곳에서 몰려든 노점상들까지 가세해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은 도로 한복판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으며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는 텐트를 친 가족들도 있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회사원 김석원(41) 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의 먹을거리 문제라 연휴도 팽개치고 2박 3일 시위를 나왔다”며 “서울 한복판에서 텐트를 치고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추억도 만들고 아이들에게 참여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주변의 다른 참가자들과 김밥과 과일 등 각자 준비해온 간식을 나눠먹었다. 또 ‘마이클럽’ 등 온라인 동호회 회원들은 원형으로 둘러앉아 수건돌리기 등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자정이 넘으면 시위 과격화

7일 밤 12시를 넘기며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대부분 귀가한 뒤 촛불집회는 격렬한 거리시위로 바뀌었다.

8일 오전 1시경 7000여 명(경찰 추산)의 시위대가 세종로 사거리에 집결한 가운데 한 시위대원이 “대통령이 직접 나오라”며 전경버스 지붕 위로 올라갔다. 이 시위대원은 전경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아래로 추락했다.

이에 시위대는 철제 사다리를 이용해 버스 위로 올라갔고 경찰은 방패로 밀어내며 시위대를 향해 분말소화기를 뿌렸다.

시위대는 지하철 광화문역 공사장에서 가져온 쇠파이프와 망치, 경찰에게서 빼앗은 소화기 등으로 버스를 부수는 한편 공사장 수도에 호스를 연결해 전경들에게 물을 뿌렸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폭죽을 쏘아대거나 스프레이에 불을 붙여 화염을 내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모두 수십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촛불집회를 주최한 국민대책회의는 8일 시위대 중 최소 20여 명이 머리와 얼굴을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도 전·의경 37명이 다치고 차량 19대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11명을 연행해 청소년 1명을 석방하고 10명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가 시작된 지난달 24일 이후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휘두른 것은 8일이 처음”이라며 “이 같은 극렬시위가 계속되면 물대포 사용 자제 방침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상황을 종합해 시위를 주최한 국민대책회의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오종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6일과 7일의 폭력집회는 경찰이 소화기를 던지는 등 평화시민을 의도적으로 자극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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