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LEET의 A to Z]추리논증 실전학습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8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표한 ‘추리논증 영역 평가목표 이원분류표’는 인지 영역 평가를 분석 및 재구성, 비판 및 반론, 판단 및 평가로 나누고 있습니다.

분석 및 재구성 영역의 세부적 평가 요소로는 주장과 제시된 근거 파악하기, 암묵적 전제나 원리 파악하기, 생략된 전제 찾기, 논증 유형 비교하기 등이 있습니다. 비판 및 반론 영역에서는 쟁점이나 공통 가정 파악하기, 반론 제기하기, 반론에 대해 수정 보완하기, 갈등 해소하기 등이 있습니다. 판단 및 평가 영역에서는 주장이나 논증들 간의 논리적 관계 파악하기, 오류 찾기, 결론 강화 또는 약화, 논증에 대한 종합적 평가 등이 세부 평가 요소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논증(argumentation)이란 ‘논증(argument)을 다루는 일’을 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논증 문제를 풀기 위해 수행해야 할 첫 번째 작업은 바로 주어진 글 속에서 논증을 분석해 내고 재구성하는 일입니다. 실전 문제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제 1)

다음 중 논증이 타당한 글을 모두 고르면?



보기

(가) 어제 로마 공항에서 아메리카 인디언 오지브와족 추장인 아담 노드웰이 흥미로운 일을 벌였다. 헐렁한 추장 의상을 입고 캘리포니아발 비행기에서 내려서, 노드웰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서 했던 것과 똑같이 ‘발견의 권리’에 의해 이탈리아에 대한 소유권을 차지하였음을 아메리카 인디언의 이름으로 선포하였다. “나는 오늘이 이탈리아 발견일임을 공포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미 수천 년 동안 원주민이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권리로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만약 있다면, 내가 이제 우리 민족 최초로 이탈리아에 왔으므로 나도 동일한 권리로 이탈리아의 발견을 선포해도 되지 않겠는가?”

(나) 날로 번창하는 향락 산업이 우리의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여 가정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생산적인 분야로 투자되어야 할 사회적 부를 소비적인 곳으로 몰리게 하며, 많은 젊은 여성들을 매춘부로 전락시키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사회 구성원들의 몸과 마음을 망치는 것이다.

(다) 인간이나 시계나 그 활동이 멈추면 안 된다는 점에서 서로 유사하다. 그런데 빨리 가는 시계가 좋은 시계가 아니듯이, 남보다 한 발짝 앞서가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라) 19세기 영국의 한 개혁가는 착실하고 부지런한 농부들은 모두 적어도 한두 마리의 젖소를 소유하고 있음을 알았다. 젖소를 전혀 소유하지 못한 농부들은 게으르고 언제나 술에 취해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 개혁가는 젖소를 가지지 못한 농부들을 착실하고 부지런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들에게 젖소를 한 마리씩 주자고 건의하였다.

① 없음 ② (가) ③ (가), (다)

④ (나), (다) ⑤ (나), (라)

○ 해설

타당한 논증을 포함하고 있는 글을 고르는 문제입니다. 외견상으로는 단순한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글 속에 포함된 논증을 분석해 내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가)의 경우 글쓴이는 아담 노드웰이라는 인디언 추장의 언행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논증은 어디에 있을까요? 논증이란 어떤 주장을 옹호하기 위해 그 주장을 지지해 주는 이유 혹은 근거를 제시하는 일입니다. 대개의 경우 논증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주장을 찾는 게 순서입니다. (가)의 전반부는 글쓴이가 노드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말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찾아야 할 주장은 인용부호 안에 있는 노드웰의 말 속에 있는 것이지 글쓴이의 설명 속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이제 노드웰의 말에서 논증을 재구성해 봅시다. 이때에는 주어진 문장의 핵심적 의미만을 간단명료하게 진술하도록 합니다. 노드웰의 말 ⑵와 ⑶은 각기 ⑵′와 ⑶′로 고쳐 쓸 수 있습니다.

⑴ “나는 오늘이 이탈리아 발견일임을 공포한다.”

⑵ “이미 수천 년 동안 원주민이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권리로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⑵′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했다고 말했으므로) 발견의 권리가 있다.

⑶ “만약 있다면, 내가 이제 우리 민족 최초로 이탈리아에 왔으므로 나도 동일한 권리로 이탈리아의 발견을 선포해도 되지 않겠는가?”

⑶′ 만약 발견의 권리가 있다면, (내가 우리 민족 최초로 이탈리아에 도착했으므로) 나는 오늘이 이탈리아 발견일임을 선포한다.

논증으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⑶′ 만약 발견의 권리가 있다면, 나는 오늘이 이탈리아 발견일임을 선포한다.

⑵′ 발견의 권리가 있다.

⑴′ 그러므로 나는 오늘이 이탈리아 발견일임을 선포한다.

이렇게 재구성된 논증을 ‘전건긍정법’이라고 합니다. 전제들이 모두 참일 경우 결론은 반드시 참일 수밖에 없는 방식입니다. 위의 ⑵′와 ⑶′의 괄호 안의 구절들은 밑줄 친 부분을 지지하는 근거입니다.

지문 (나)는 몇 가지 이유를 열거하면서 ‘향락 산업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논증은 귀납적 일반화에 해당하는데, 이유로 제시된 전제들이 모두 옳다고 해도 결론이 반드시 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즉, 타당한 논증이 아닙니다. 이 논증에 관해서는 결론이 참이 될 가능성, 즉 개연성이 어느 정도일지를 판단하는 것이 논증 평가의 관건입니다. (다)는 유비추리인데, 제시된 전제를 근거로 결론을 승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라)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정답은 ②

예제 2)

다음 글에서 밑줄 친 어려움을 초래하는 전제들을 보기에서 모두 고르면?


당신이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이라는 음악작품을 듣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이때 ‘음악작품’이란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 걸까?

베토벤이 남긴 자필 악보일까? 하지만 미술작품과 달리 악보에서는 적어도 미학적으로 감상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연주나 그 연주의 녹음을 음악작품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연주는 그 자체가 작품이라기보다는 작품에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악작품은 구체적 악보나 공연 이상의 무엇, 즉 그것들로부터 독립적이면서 그것들을 결정하고 지배하는 추상적인 대상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다. 연주들에 공통되는 어떤 구조, 즉 소리 구조가 추상적인 존재자로 있다는 것이다.

베토벤의 ‘운명’의 서두 부분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 구체적인 물리적 특성이 결여된 머릿속의 음악도 여전히 교향곡 ‘운명’이다.

또 원래의 악기에 의한 것과 전혀 다른 물리적 특성을 보이는 신시사이저 연주도 동일한 작품으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이 모두를 동일한 작품으로 생각하게 하는 대상은 추상적인 무엇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이 입장은 의외로 직관적이다. 내 눈앞에 있는 책상의 경우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구체적인 책상 이상의 무엇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음악작품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악보와 특정 공연만으로는 분명히 무언가 빠진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상의 이데아와 같은 추상적 대상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 사람들도 음악작품이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불변한 추상적 존재라는 생각에는 동의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음악작품이 작곡가에 의해 창조된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 점을 고려하게 되면 음악작품이 추상적 대상이라는 주장은 더 이상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이는 음악 작품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일의 어려움을 잘 드러내 준다.


보기

ㄱ. 음악작품은 창조된다.

ㄴ. 추상적 존재자들도 창조될 수 있다.

ㄷ. 음악작품은 추상적인 존재자로 있다.

ㄹ. 추상적 존재자는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불변하다.

ㅁ. 창조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도 영원불변하지 않다.

ㅂ. 모든 영원불변한 대상이 창조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① ㄱ, ㄴ, ㄷ, ㄹ ② ㄱ, ㄴ, ㄷ, ㅂ ③ ㄱ, ㄷ, ㄹ, ㅁ

④ ㄴ, ㄷ, ㄹ, ㅁ ⑤ ㄴ, ㄹ, ㅁ, ㅂ

○ 해설

이 문제는 주어진 글에서 논증을 분석하여 재구성한 다음, 그것을 기초로 갈등의 논리적 기반을 찾는 문제입니다. 주어진 글은 베토벤의 ‘운명’을 예로 들어 ‘음악작품은 구체적 악보나 공연들로부터 독립적이면서 그것들을 결정하고 지배하는 추상적인 대상이다’라고 비교적 길게 설명합니다. 그런데 끝부분에 가서 ‘음악작품이 작곡가에 의해 창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음악작품이 추상적 대상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이는 음악작품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일의 어려움을 드러내 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논증으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⑴ 음악작품은 추상적인 대상이다.

⑵ 음악작품은 창조된다.

⑶ 음악작품이 창조되는 것이라면, 음악작품이 추상적 대상이라는 주장은 그릇된 것이다.

⑷ 그러므로 음악작품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제 문제의 요점이 파악될 것입니다. 음악작품의 두 속성, 즉 ‘추상적인 것’과 ‘창조되는 것’이 서로 모순을 일으키기 때문에 음악작품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로 분석하게 되면 ‘음악작품이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불변한 추상적 존재’라는 구절이 의미 있게 보이게 됩니다.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도 보기의 항목들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완전한 논증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⑴ 음악작품은 추상적인 대상이다. (ㄷ)

⑵ 추상적 존재자는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불변하다. (ㄹ)

⑶ 음악작품은 창조된다. (ㄱ)

⑷ 창조될 수 있는 것은 (시작이 있으므로) 영원불변하지 않다. (ㅁ)

⑸ 따라서 음악작품이 창조되는 것이라면 영원불변하지 않은 것이므로, 음악작품이 영원불변하는 추상적 대상이라는 주장은 그릇된 것이다.

⑹ 그러므로 음악작품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

정답은 ③

김명준 PLS 추리논증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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