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누구 때문에 치르는 보선인데…”

  • 입력 2008년 4월 23일 05시 23분


시의원 사퇴 강도석씨 총선 낙선후 다시 출마채비

예산 3억이상 소요… “공직 맘대로 드나드나” 논란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사퇴한 전 시의원이 선거에 떨어지자 자신의 사퇴로 치러지는 지방의원 보궐선거에 나설 계획을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강도석(53·사진) 씨는 “성급한 총선 출마로 지역주민에게 실망을 안겨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지역 유권자의 심판을 받기로 했다”며 6월 4일 치러지는 광주 남구 제1선거구 시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이 선거는 올 2월 강 씨가 4·9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함에 따라 치러지는 것.

강 씨는 지난해 4월 시의원 재선거에서 ‘11전 12기’ 만에 당선됐으나 1년도 안 돼 사퇴했다.

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그 선거구에 다시 출마하는 일은 광주전남에서 두 번째.

2004년 6월 민화식 해남군수는 전남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군수직을 버렸다가 낙선한 뒤 그해 10월 군수 보궐선거에 다시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공직선거법상 자신의 사퇴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다시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지만 지역민들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3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비용을 부족한 자치단체 예산에서 부담해야 하고 보궐선거로 당선된 지 1년도 안 돼 사퇴한 사람이 자신 때문에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 다시 나서는 것은 공직을 ‘사적 소유물’로 생각하는 태도이자 정치를 희화화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남구는 2년 전 5·31지방선거부터 따지면 제1선거구 시의원 한 명을 뽑는 데 세 차례에 걸쳐 8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셈이다.

강 씨는 그동안 무소속으로만 국회의원 4회, 구청장 6회, 광역의원 1회 등 11차례 도전했다가 지난해 12번째 선거에서 당선됐으나 13번째인 4·9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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