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올림피아드 서약 강요 물의

  • 입력 2008년 3월 28일 03시 20분


“시험문제 오류 있어도 이의제기 하지 말라”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한국화학올림피아드(KChO) 등 국내 올림피아드위원회가 대회 응시자에게 시험과 출제 오류 등에 대해 일절 이의 제기를 못하도록 서약을 강요하고 있어 비교육적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한수학회는 5월 24일 실시될 예정인 KMO 1차 시험 응시원서를 25일부터 4월 17일까지 인터넷으로 접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이트에 접속해 원서 접수 절차에 들어가면 ‘본인은 평가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대한수학회에 일임하며 일절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라고 기재된 빈칸을 체크하게 되어 있다. 이 동의 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아 원서를 낼 수 없다.

6월 4일부터 원서를 접수하는 KChO의 원서 양식에도 이 같은 서약란이 있다. 한국물리올림피아드(KPhO)나 한국천문올림피아드(KAO) 등은 1차 시험에는 서약란이 없지만 국제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발시험에는 비슷한 내용의 서약서를 자필로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수학·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국내 올림피아드가 서약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은 출제 오류에 대한 문제 제기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폐쇄적이고 비교육적인 조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한수학회는 2006, 2007년 중등부 KMO에서 응시자들이 일부 문제의 출제 오류를 제기하자 이 문제를 만점 처리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8월 실시된 고등부 KMO 2차 시험에서 전년도 KMO 상위 입상자에게만 제공하는 통신강좌 교재에 실린 외국 수학교재의 문제를 거의 그대로 출제하는 바람에 특혜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당시 대한수학회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고 모든 기출문제를 비교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출제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KMO 준비생의 학부모 박모(45) 씨는 “배우는 학생들이 출제 오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이의 신청 기간을 두는데 최고 권위라는 대한수학회가 이를 봉쇄하는 것은 횡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수학회는 “이전에도 서약서를 받았고, 서약한 응시자가 이의를 제기한다고 불이익을 준 경우는 없었다”며 별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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