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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20일 2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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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철원군 부대에서 비보를 들은 유 대위는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선 대위를 "효선아"라고 부를 정도로 딸처럼 아꼈던 시어머니 이영자(53) 씨는 "근무지가 달라 한 달에 한 두 번 밖에 만나지 못했는데… 가슴이 찢어져도 군인이라 울음을 참고 있다"며 오열했다. 선 대위의 딸 은채(3)는 영문도 모른 채 "할머니, 울지마"하고 이 씨에게 매달렸다.
2004년 결혼해 은채와 5개월 된 은결이를 둔 선 대위는 내년 2월 전역해 보건교사가 되기 위한 임용시험을 준비할 계획이었다. 보건교사가 되면 더 이상 두 딸을 경기 성남시 분당의 부모님 집에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이 씨는 "매일 점심과 저녁이면 안부전화를 하는데 어제는 오후 11시가 넘어 '제가 바빠서 늦었어요. 죄송해요'하고 연락이 왔다"며 "그게 마지막일 줄은…"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군장병 7명의 시신을 실은 군 앰뷸런스는 이날 오전 11시 50분경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 듯 허공만 쳐다보며 기다리던 유족들은 그제야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군의관 정재훈(33) 대위의 아내 이정미 씨는 남편의 이름을 하염없이 부르다 슬픔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이 씨는 현재 임신 3개월이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정 대위의 어머니는 빈소를 찾은 아들 동료의 손을 부여잡고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아이는 어떻게 하라고…"라며 울부짖었다.
응급실 의무병 김범진(22) 상병의 어머니 윤용순(52) 씨는 아들의 시신을 확인한 뒤 그대로 주저앉아 "보고 싶은 사람을 못 봐서 눈도 못 감았다"며 "이틀 뒤 우리 아들 생일인데, 집이 가난해 제대로 받은 것도 없이 이대로 가버리면 어떡하느냐"고 목 놓아 울었다.
김 상병은 지난주 가족들이 면회를 가겠다고 했을 때 "이번 주말(23일)에 외박을 나갈테니 굳이 오실 필요가 없다"며 말렸다.
윤 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면회를 꼭 갔어야 하는 건데"라고 되뇌며 땅을 쳤다.
두 딸의 아버지인 조종사 신기용(44) 준위는 육군항공의 '표준교관 조종사'로 2005년 치악산에서 추락한 등산객을 구조한 공로로 군사령관 표창을 받았다. 다음달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막내딸은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눈이 새빨개지도록 울었다.
성남=홍수영기자 gaea@donga.com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