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경기 영어마을 붐… 藥 될까 毒 될까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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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경쟁적 추진… 2010년께 10곳 넘을 듯

“있는것도 적자 허덕” vs “수익 창출 가능” 맞서

경기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영어마을 등 ‘체험형 영어교육기관’ 설립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개원이 확정되거나 유력한 체험형 영어교육기관은 6곳으로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등 이미 운영 중인 곳을 포함하면 2010년경 10곳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복 투자에 따른 예산 낭비, 교육생 유치를 위한 지자체의 과도한 경쟁, 수익성 악화에 따른 부실 운영 등 체험형 영어교육기관 설립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 지자체들, 경쟁적으로 영어마을 조성 추진

경기지역 지방자치단체
운영 영어교육기관
명칭개원 시기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2004년 8월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2006년 4월
성남영어마을2005년 12월
안산 화정영어마을2006년 9월
수원영어마을2006년 12월
경기영어마을 양평캠프2008년 3월
구리 영어체험학습관2008년 5월
양주 영어특화청소년수련관2009년 중
이천 유네스코지구촌 평화마을2009년 1월
화성영어마을2009년 12월
군포 영어테마센터2010년 3월
올해 10월 기준. 자료: 교육인적자원부, 경기도

이천시는 2009년 1월 개원 예정으로 호법면 매곡리 땅 6만8273m²에 ‘이천 유네스코 지구촌 평화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천시가 교육청,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함께 추진하는 이곳은 숙박형 영어마을로 꾸며진다. 사업비로 32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양주시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덕계동의 청소년 수련관을 리모델링해 400명을 수용하는 영어특화시설로 바꾼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달 타당성 용역 조사를 마쳤다.

양주시는 260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투자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군포시도 2010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영어테마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수리동에 들어설 영어테마센터 사업비는 450억 원으로 추산됐으며 연간 32억 원 정도의 운영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화성시도 250억 원을 들여 서신면 궁평리에 영어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또 내년 3월에는 경기도가 세우는 3번째 영어마을인 양평캠프가 문을 연다.

○ 찬반 논란 치열해져

2004, 2006년에 각각 문을 연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와 파주캠프는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경기영어마을은 191억 원의 적자를 냈다. 재정 자립도는 25% 수준.

이에 따라 경기도는 올해 8월 안산캠프와 내년 새로 개원할 양평캠프를 민간에 위탁하기로 결정했으며 현재 사업자 공모를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들이 비슷비슷한 영어교육시설을 앞 다퉈 추진하면서 중복 투자에 따른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계획을 이미 축소하고 있다.

구리시는 당초 교실 10개 정도로 세우려던 영어체험학습관 규모를 최근 1∼2개로 축소했다. 구리시 관계자는 “영어마을 같은 시설은 장소를 구하기 어렵고 돈도 많이 들어 계획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반면 시설과 교육방식 차별화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영어교육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수익성만 확보할 수 있다면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주시 관계자는 “기존 시설을 적극 활용하면서 영어뿐 아니라 청소년 관련 교육을 함께 실시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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