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기운 빠진 손오공 홍삼 먹이니 펄펄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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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경기 화성시 미래상상연구소 상상교육센터에 모인 농업 경영인이 자신이 상상하는 미래의 농산품들을 만화가의 도움을 받아 만화로 표현한 뒤 설명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19일 오후 경기 화성시 미래상상연구소 상상교육센터에 모인 농업 경영인이 자신이 상상하는 미래의 농산품들을 만화가의 도움을 받아 만화로 표현한 뒤 설명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인삼은 어린이들 건강에 정말 좋은데 맛이 쓰고, 향기가 특이해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인삼을 많이 먹으면 키 크는 데도 좋고, 인삼 시장도 더 커질 텐데요….”

충남 금산군에서 인삼 농사를 짓는 고태훈(44) 씨는 앞에 앉은 20대 만화가에게 열심히 인삼의 효능 등에 대해 설명했다.

1시간 정도 고 씨의 설명을 들은 만화가는 종이 위에 매직으로 쓱쓱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홍삼을 먹은 손오공이 기운을 되찾는 모습, 어린이였던 삼장법사가 홍삼 식혜를 마시고 쑥쑥 키가 크는 모습 등이 만화로 표현됐다.

19일 오전 10시 농업 경영인 11명은 경기 화성시 미래상상연구소 상상교육센터에서 열린 ‘상상력 아카데미’에 참석했다. 이 연구소는 ‘상상력을 통한 농업 경쟁력 강화’라는 주제를 내걸고 농업인을 대상으로 이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이날 참석한 농업인들은 만화가와 짝을 지어 자신들의 생각이 만화적 상상력과 결합돼 새롭게 표현되는 경험을 했다.

이날 아카데미에 참가한 전남 장성군 학사농장의 강용 대표는 유기농 채소를 키울 뿐 아니라 이 채소를 이용한 유기농 식당을 차려 성공한 농업인. 자신이 생산한 유기농산물을 더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강 대표와 한조를 이룬 만화가는 그가 유기농산물을 키우느라 고생했던 사연, 미래의 그의 꿈 등을 세 컷짜리 만화로 표현했다. 강 대표는 “이 만화를 유기농 야채를 팔 때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업인과 만화가의 만남을 기획한 미래상상연구소의 홍사종 대표는 “앞으로는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도록 ‘이야기’가 결합된 농산물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한 한국농업CEO연합회의 정운천 회장은 자신이 생산한 고구마를 전용 찜기와 함께 팔아 소비자들에게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경험담을 소개했다. 한국농업CEO연합회는 연간 매출 10억 원 이상인 농업경영인들의 모임이다.

정 회장은 “농업도 이제 단순한 생산에서 멈추지 말고 가공해 판매하는 쪽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면서 “우리 농업인들이 끊임없이 ‘상상력’을 동원해 제품을 차별화함으로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업인들은 경희대 산업공학과 김상국 교수의 강연을 들으며 상상력을 동원한 농업의 가능성에 대해 토론했다. 미래상상연구소는 농업경영인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상력 아카데미를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02-734-1233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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