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생각나무]미스 럼피우스의 세 번째 꿈

  • 입력 2007년 9월 3일 03시 01분


코멘트
인간의 생각은 하는 일도 많고 종류도 참 많습니다. 어떤 종류가 있는지 어디 한 번 꼽아 볼까요? 기억, 상상, 이해, 분석, 비교, 계산, 반성, 계획, 추리, 명상, 의심, 평가, 예측 …. 그러고 보니 진짜 많지요? 어쨌든 다 생각의 일종입니다.

그러나 종류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인간의 모든 생각은 한 곳에서 흘러나오고 그곳으로 다시 되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곳’이란 바로 행복에 대한 우리의 바람입니다. 흔히 ‘꿈’ 또는 ‘소망’이라고 불리는 생각이지요. 우리가 이러저러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따지고 보면 다 불행을 피하고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러고 보면 생각 중의 생각은 바로 꿈 또는 소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나는 어른이 되면 아주 먼 곳에 가 볼 거예요. 할머니가 되면 바닷가에 와서 살 거고요.”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다, 얘야. 그런데 네가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구나.”

“그게 뭔데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지.”

이것은 ‘미스 럼피우스’*라는 책의 주인공 앨리스와 할아버지가 나눈 대화입니다. 앨리스는 성이 ‘럼피우스’이고, 어른이 되어서도 결혼을 하지 않기 때문에 평생 ‘미스 럼피우스’로 불립니다.

이 대화에서 앨리스는 먼저 할아버지에게 두 가지 꿈을 말합니다. 먼 나라를 여행하고 싶다는 꿈과 할머니가 되면 바닷가 근처에서 살고 싶다는 꿈이지요. 앨리스는 실제로 어른이 되어 두 가지 꿈을 다 이룹니다. 젊어서는 열대 섬, 만년설, 정글, 사막 지역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할머니가 되어서는 고향의 바닷가로 돌아와 살았으니까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하신 말씀은 무슨 뜻일까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라니,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화가나 음악가가 되어 아름다운 그림이나 아름다운 음악을 많이 만들라는 뜻일까요?

할아버지의 말씀에 앨리스는 “알겠어요”라고 대답하지만, 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니 할머니가 될 때까지도 몰랐지요. 그냥 꿈을 간직한 채 생각만 거듭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 미스 럼피우스는 드디어 그 방법을 찾게 됩니다. 마을 근처 언덕에 루핀 꽃이 가득 피어난 것을 보았을 때랍니다. 그 꽃들은 미스 럼피우스가 지난해 집 정원에 뿌린 씨앗들이 바람에 날려가 피어난 것이었습니다.

미스 럼피우스는 너무 기쁜 나머지 당장 꽃씨 가게로 달려가서 루핀 꽃 씨앗 다섯 가마니를 삽니다. 그리고는 마을 곳곳에 뿌리기 시작했답니다. 들판에도, 언덕에도, 학교 근처에도, 교회 뒷마당에도, 그리고 돌담과 도랑 속에도요.

마을 사람들이 “저 정신 나간 늙은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름 내내 꽃씨를 뿌렸답니다.

이듬해 봄이 오자 마을 곳곳에 루핀 꽃들이 피어났습니다. 파란 꽃, 보라 꽃, 빨간 루핀 꽃들이 온 마을을 뒤덮었지요. 마침내 꼬마 앨리스의 가장 어려운 세 번째 꿈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앨리스의 꿈이야말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앨리스의 첫 번째, 두 번째 꿈은 단지 혼자만의 행복을 위한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 꿈은 달랐지요. 바로 세상 사람들 모두가 행복해지는 꿈이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아름다운 세상’이란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세상을 뜻한 게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세상 사람들과 다 함께 사랑과 행복을 나누는 일을 뜻한 게 아니었을까요?

꿈은 모든 생각이 피어나는 씨앗과 같습니다. 어떤 꿈을 꾸는가에 따라 다른 생각 가지가 뻗고 다른 생각 열매가 맺힙니다. 아름다운 꿈에서 아름다운 생각이 나오고, 그리고 아름다운 생각에서 비로소 아름다운 세상이 찾아옵니다. 미스 럼피우스의 세 번째 꿈이 바로 그러했지요.

* 바버러 쿠니, ‘미스 럼피우스’(시공주니어·2004년)

김우철 한우리 독서논술연구소 실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