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태민 보고서' 유포자 추적

  • 입력 2007년 7월 30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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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와 가까웠던 고(故) 최태민 목사와 관련한 수사 보고서가 이해찬 전 총리 홈페이지와 월간 신동아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 홈페이지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유포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누군가 박 후보를 음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최 목사 관련 자료를 유포한 것으로 보고 게시자 추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의원 4명 홈페이지에 동시 게시

지난달 27일 최태민 목사 관련 자료가 홈페이지에 등재된 의원은 열린우리당 김혁규, 김현미, 박영선, 정청래 의원.

자료를 올린 '글쓴이'는 안기부(정청래), 신동아(박영선·김혁규), 중앙정보부(김현미) 등 각각 달랐지만 이 중 게시 시각이 공개된 김혁규·박영선 홈페이지에 따르면 자료가 올라간 시각은 오후 7시27~45분경으로 비슷했다.

이 자료는 같은 날부터 엿새간 이해찬 전 총리 홈페이지의 네티즌 게시판에 '안기부'란 필명으로 오른 보고서와도 동일한 내용이며, 첨부 파일과 함께 게시판에 올린 글도 똑같아 긁어 올리거나 퍼나르기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네 자료 모두 PDF 파일을 함께 첨부해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공통점이다. 누군가 다운로드를 통한 자료 유포를 노렸음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여권 인사들 홈페이지에 집중적으로 게시물을 올려 이 홈페이지를 찾는 이들로 하여금 최 목사 수사보고서가 빠르게 전파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들 보고서를 동일한 것으로 보고 김해호(구속) 씨가 박 후보 관련 의혹을 폭로하면서 참고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보고서와 신동아가 보도에 사용한 보고서 등 '최태민 보고서'를 크게 세 갈래로 나눠 이들 보고서가 동일한 자료인지, 가공된 흔적은 없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 검찰 수사 박차

검찰은 이 보고서가 어떻게 작성됐고, 누가 유출했는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이해찬 전 총리 외에 다른 의원들의 홈페이지에도 같은 자료가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오래 전에 파악하고 게시자들의 IP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국정원 처장급 P 씨가 이 보고서 유포 과정에 관련이 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P 씨와 신동아 기자들이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으나 문건을 직접 건넸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의원들의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자의 IP는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으며 이동하면서 글을 올린 것으로 보여 검찰이 게시자를 추적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보고서 유출 의혹뿐만 아니라 보고서 자체에 대한 의혹도 수사 대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에 담긴 최 목사 관련 비위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 또한 수사 대상이다.

신종대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보고서가) 실제 국가기관의 문서인지, 국가기관 문서라면 언제 만들어졌고 어떻게 유출이 됐는지, 국가기관의 문서를 수정·편집해 유포된 것은 아닌지 등 전반적인 부분이 모두 수사 대상"이라고 30일 설명했다.

실제 의원들의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수사보고서에는 최 목사의 나이가 '76세'로 돼 있다. 1912년생임을 감안하면 이 보고서 작성 시점이 1986년임을 나타낸다.

그러나 보고서에 들어간 최 목사의 경력이나 각종 비위 사실이 이뤄진 시기는 1976~1978년이 대부분이어서 1986년 작성된 보고서인지, 중앙정보부의 수사보고서가 이후 다른 문건과 짜깁기 된 것인지 등도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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