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운동장 없어지면 어디서 뛰어놀죠?”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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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오락가락하던 16일.

점심시간에 서울 중구 정동 덕수초등학교 6학년 권용철 군을 비롯해 어린이 3명이 운동장에서 신나게 축구공을 차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뛰노는 운동장은 여느 학교와 많이 달랐다.

운동장 크기가 작아 제대로 된 축구 골대 대신 작은 미니 골대가 놓여 있었다. 운동장 가운데로 콘크리트 배수로가 가로질러 가뜩이나 좁은 운동장을 반으로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학교 어린이들은 아예 축구를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행정자치부가 이 운동장 용지에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가 운동장으로 쓰고 있는 4600m²(약 1400평)의 땅은 원래 행자부 소유. 행자부는 2004년부터 덕수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무상으로 임대해 줬다. 하지만 최근 이 땅에 기념관을 세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학생들로서는 뛰놀 운동장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셈이다.

박찬원 학교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사업회가 아이들이 뛰놀 공간을 없애고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이곳에 기념관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학교 측과 문제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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