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중학생 논술 클리닉

  • 입력 2007년 7월 17일 02시 59분


코멘트
◎ 논제

글 (가)에서 왜곡된 법치주의의 문제점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는 무엇이 있는지 글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의 의견을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유지현·충남 금산군 금산여자중학교 3학년

법에 의해 나라가 다스려지는 법치주의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히틀러와 같이 악용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인데, 그 최소한의 것만 너무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모든 것을 법에 따라야 한다면, 그 법이 합리적으로 잘 짜여 있어야 하는데 법이 계속 바뀌어 가는 것은 법이 모든 부분에서 합리적으로 되지 못한다는 것이므로 모든 것을 법에 따르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게 된다.

이런 법치주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들이 법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검사, 변호사, 판사가 아닌 국민들은 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태반이다. 돈이 없고 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검사나 변호사를 고용하지 못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생기는데, 그런 국민들을 법치주의 아래에서 통치를 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므로 법을 정말 필요한 부분들만 정해놓고, 그 용어들을 어렵지 않게 풀이해 놓고,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법을 잘 제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법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어야 국민들이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실질적인 법치주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박세연·부산 광무여자중학교 1학년

글 (가)처럼 법 중에는 모순되는 법이 많다. 간단한 예로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사람과 불법 체류자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똑같이 일하고 단지 불법 체류자라서 우리나라 사람과 다르게 차별을 받는다. 또한 장애인법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인을 위한 주차장을 오히려 장애인들이 못 쓰는 경우가 많다.

법을 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일이 일어나고 난 뒤에 법이 만들어진다. 불법 체류자와 관련된 경우를 보면 우리가 외국인들을 위해서 미리 법을 만들어 놓았다면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만 이득을 보지 않고 다른 한쪽도 공평하게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법은 일상생활에서 불편이 생기고 난 뒤 만들어지기 때문에 차별이 생기게 된 것이다.

또한 장애인을 위한 법을 보면 장애인을 위해서 만들어진 주차공간에 오히려 몸이 불편하지도 않은 사람이 주차를 하는 경우가 많다. 법이 있어도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서 지키지 않는다면 법이 있어도 무슨 소용인가?

그렇기 때문에 왜곡된 법치주의를 해결하기 위한 조건으로 우선 양심을 지켜야 한다. 엄연히 법이 있는데 오히려 그 법을 악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즉 도덕을 지키고 그 법을 지켜야 한다. 다음으로 일부 사람만 법을 지킬 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법을 지켜야 하는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 법은 상용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냥 그 법을 악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 총평

자세한 설명 곁들여 독자를 배려해야 설득력

공동체 생활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법. 법은 평화를 이룩하고 지속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간이 최소한의 테두리 안에서 서로 간의 충돌을 피하고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만든 약속이 바로 법이다.

그러나 간혹 사람이 먼저인지, 법이 먼저인지 모를 경우가 있다. 이런 문제는 법에 대한 왜곡된 판단에서 비롯된다. 법의 본래 목적을 망각하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수단, 부와 명예를 얻고자 하는 수단으로 법을 사용해서 다수의 사람에게 피해를 끼친 사례는 역사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논제는 왜곡된 법치주의의 문제를 지적하고 과연 법치주의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짚어 보는 문제다. 법치주의라는 말을 내세워 모든 것을 합리화하고 부당한 방향으로 법을 판단하는 문제를 고쳐서 제자리에 돌려놓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또한 한 발 더 나아가 법치주의 내에서 불법을 합법화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많은 학생이 왜곡된 법치주의의 문제를 정의의 실현 차원에서 잘 지적했다. 법치주의의 올바른 방향도 다양하게 제시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법과 관련해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쉽고 간명하게 제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정확하게 전달한 학생이 많아 응용력이 자랐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주어진 제시문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일부 어휘나 문구 수준의 이해를 바탕으로 논제에 접근한 글들이 보여 아쉬웠다. 단언컨대, 단순하게 제시문의 어휘나 문구만 이해해서 활용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의 전체적인 구조 내에서 왜 이런 말이 제시문에 나왔을까, 문맥적 의미는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다른 제시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등 다각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비판적 사고가 논술문의 핵심임을 다시금 강조한다.

유지현 학생의 글은 법치주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법이 최상의 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 문제가 해결될 때 비로소 왜곡된 법치주의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법은 가진 자와 법을 아는 사람들만의 소유물이 아님을 지적하면서 이 역시 왜곡된 법치주의로 가는 부정적 요소임을 밝힌 부분은 예리한 문제접근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논술문을 쓸 때는 좀 더 전문가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즉, 독자를 배려하는 자세를 갖춰야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논술 문제에는 논제와 함께 제시문이 주어진다. 독자는 논자의 글만 볼 수 있으므로 자세한 설명과 전제를 논술문에 쓰지 못한다면 자칫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실질적 법치주의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형식적 법치주의와 구분 지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박세연 학생의 글은 우선 주어진 논제를 해결하고자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 특히 왜곡된 법치주의의 문제를 우리나라의 현실 문제에서 찾아, 쉽게 이해되도록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했다. 또 모순이 발생한 후 법이 제정되는, 어찌 보면 앞뒤 순서가 바뀐 문제를 잘 지적하고 여기서부터 법치주의의 문제를 접근한 것이 돋보였다.

그러나 앞에서 잘 지적한 문제를 부각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즉 모순이 발생한 이후 법이 제정되는 문제를 글 (나)에서 말한 ‘투쟁’의 의미에 접목해 인간의 끊임없는 투쟁, 즉 권리를 위한 투쟁의 대가로 이야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논술문을 쓸 때는 항상 자신이 찾은 작은 모순이나 문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고를 펼쳐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재필 LC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다음논제 써서 보내요

오늘날 우리나라는 노령인구 증가와 저출산으로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노인을 부양해야 할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글 (가)와 (나)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요약 정리한 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지 글 (다)의 내용에서 유추해서 논술하시오.(600자 내외)

■ 제시문

(가)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 결과’는 우리나라의 노령인구가 선진국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작년 7.2%에서 2019년 14%, 2026년 20%로 증가한다.

유엔(UN)은 노령 인구 비율이 7%면 고령화 사회, 14%면 고령 사회, 20%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2030년에는 노령 인구가 23.1%로 늘어나고 80세 이상은 지금보다 5.3배 늘어난다.

통계청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각각 19년, 7년에 불과해 영국의 47년, 45년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매우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생산 가능 인구 10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던 것이, 2030년에는 3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할 정도로 다음 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중 3 사회 111쪽]

(나) 2030년이 되면, 세계 제3위의 경제 대국인 독일은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성인 인구의 거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이다. 지금은 5분의 1 수준이다. 따라서 만약 지금 여성 1인당 1.3명까지 떨어진 독일의 출산율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앞으로 30년 동안 35세 미만의 독일 인구 감소 비율은 노인 인구의 증가비율보다 2배나 빠를 것이다. 그것이 초래할 순수한 결과는 지금 독일 인구 8200만 명이 7000만∼7300만 명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노동인구의 수는 4000만 명에서 3000만 명으로, 정확하게 4분의 1이 감소할 것이다. (중략) 적어도 2030년경까지는 모든 선진국에서 은퇴연금을 전액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70대 중반으로 상승해 있을 것이고, 건강이 비교적 좋은 연금 수령자들에 대한 혜택은 오늘날 그들이 받는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더 낮을 것이다.

[피터 드러커, ‘Next Society’]

(다) “저 사람은 왜 저래요?” 레니나가 속삭였다. 레니나의 눈은 공포와 경악으로 말미암아 휘둥그레져 있었다.

“늙은 노인입니다. 그뿐입니다.” 버나드는 될수록 초연한 음성으로 말했다. 사실 그도 놀랐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은 체하느라 무진 애쓰고 있었다.

“늙은이라고요?” 그녀가 반복했다.

“하지만 소장도 늙었고 많은 사람이 늙은이들인데, 그들은 저렇지 않아요.”

“그건 노인들이 저렇게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노인들을 병으로부터 보호합니다. 그들의 내분비물이 인위적으로 청춘기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대비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마그네슘과 칼슘의 비율을 서른 살 때의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젊은 피를 그들에게 수혈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의 신진대사를 항상 자극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노인들은 저렇게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그는 다시 부연해서 말했다. “우리의 노인들은 대부분 이 노인의 나이에 도달하기 훨씬 전에 죽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순 살까지는 젊음이 원상 그대로 보존됩니다. 그러다가 꽝 하고 무너지듯 종말이 다가오는 겁니다.”[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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