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연재만화 ‘386c’ 2000회 맞은 황중환 씨

  • 입력 2007년 6월 9일 03시 08분


본보 연재만화 ‘386c’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던 황중환 작가 가족이 스케치북에 그린 만화를 들고 장난스럽게 카메라 앞에 섰다. 왼쪽부터 아들 규헌 규성 군, 아내 이주영 씨, 황 작가. 변영욱 기자
본보 연재만화 ‘386c’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던 황중환 작가 가족이 스케치북에 그린 만화를 들고 장난스럽게 카메라 앞에 섰다. 왼쪽부터 아들 규헌 규성 군, 아내 이주영 씨, 황 작가. 변영욱 기자
《1999년 첫발을 내디딘 본보 연재만화 ‘386c’가 8일 2000회를 맞았다. 황중환(38) 작가는 재치와 유머, 정감 어린 그림과 글로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삶 속의 소중한 의미를 일깨우고 있다. 386c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는 일에 쫓겨 가족이 소중한 줄 몰랐다는 황 작가는 “살다 보면 본질을 잊어버리는데 가족과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6일 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황 작가의 아파트를 방문했다.》

○ 가족(Family)은 ‘Father And Mother I Love You’란 뜻

386c 이야기 중 상당수는 황 작가 가족의 실제 이야기다. 아내 이주영 씨, 규헌(13), 규성(7) 군은 만화 속 모습과 비슷했다. 서재 겸 거실, 지구본, 식탁 등 집에 있는 물건 하나하나가 386c에 등장하는 소품들이라 정겨웠다.

아이가 무언가 만드는 장면이 나오고 엄마 아빠에게 자신이 만든 ‘행복해지는 알약’을 건네는 ‘알약 두 개’ 편은 둘째 규성이 이야기다. 이 씨는 “아파서 누워 있는데 둘째에게 ‘알약’을 받았고 그 순간 행복해진 기분을 남편에게 전했더니 만화가 됐다”고 말했다.

첫째 규헌이도 386c의 주인공. 아빠를 쏙 빼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들이 화장실에서 신문을 보며 “나도 아빠처럼 똥 눌 때 신문 봐”라고 말하는 ‘좋은 것만 닮으렴’ 편도 실제상황. 황 작가는 “아들이 아침에 신문 보고 웃어야 ‘만화가 재미있구나’ 하고 안심한다”며 “규헌이가 가장 엄격한 독자”라고 말했다.

규성이가 유치원 유행어인 ‘방구’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상황을 그린 ‘방구’ 편에는 ‘똥꼬’ 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 웃는 내 아이의 모습이 투영된다.

황 작가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재미있는 상상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 모습 그대로 그리기만 해도 재미있다”고 말한다.

황 작가는 광고회사 디자이너로 재직 중 386c를 시작했고, 이후 전업 작가가 됐다. 지금은 본보 뉴스디자인팀 기자다. 가족 간 문제가 생겨도 만화적 상상력으로 해결한다. 최근 부부싸움 후 만화가 남편은 수박을 하트 모양으로 잘라 아내에게 선물해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 주변 사람들은 만화를 통해 황 작가의 가족을 만난다.

“첫째가 자전거 잃어버린 이야기를 보고 할아버지가 전화하고, 친척을 만나도 신문 보고 애들이 어떻게 커 가는지 알고 있다고 해요.(웃음) 여행 이야기가 나간 뒤 ‘너희들끼리만 여행 갔다 왔느냐’며 누나가 삐치기도 했어요.”

○ 잊고 사는 소중함을 찾아서…

하지만 황 작가는 “우리 가족 이야기는 소재일 뿐”이라며 “바쁜 삶 속에서 잊고 사는 사랑, 마음, 꿈, 희망을 만화를 통해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독자들이 꼽은 386c의 또 다른 매력은 ‘한 잔의 녹차’처럼 잠시 명상하게 만드는 에세이 식 에피소드들이다. 황 작가가 뽑은 베스트 작품은 ‘미로’ 편. 한 사람이 벽에 가려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내용의 만화다.

‘새 떼’ 편도 독자들의 호응이 좋았다. 새 떼가 날아가는 아름다운 광경을 본 인간들은 “몰려다녀 좋겠네”라며 훈훈해하지만 바로 다음 장면에서 새들은 “여기서 낙오되면 끝장이다”라고 절규한다. ‘인생’ 편에서는 사각형 속에 갇혀 있는 직장인 모습을 보여 주며 “‘다 그런 거지 뭐’라고 말하기엔 뭔가 억울한 것이 인생”이라고 우리네 보통사람들에게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킨다.

대학생 박신영(23·여) 씨는 “한 컷 한 컷, 삶의 고찰이 들어 있어 나를 한 번쯤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회가 거듭될수록 사람의 마음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며 “아이들이 자라면 좀 더 철학적인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2000회를 기념해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떠날 예정입니다. 3000회가 되면 애들이 다 커서 못 가요.(웃음) 무엇보다 진심 어린 이야기를 전한다는 마음이 3000, 4000회에도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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