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2008 고려대 인문계 모의논술 해설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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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수많은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구매욕은 다시 소비로 이어진다. 물질적인 풍요와 늘어나는 소비 속에서 인간은 진정 만족할 것인가?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현대사회는 수많은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구매욕은 다시 소비로 이어진다. 물질적인 풍요와 늘어나는 소비 속에서 인간은 진정 만족할 것인가?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실시된 고려대 인문계 모의논술고사는 제시문과 논제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 단편적 지식을 종합해 새로운 관점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 수리적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도 있었으나 통계수치를 해석해 논술에 활용토록 하는 수준이었다. 제시문은 고려대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

생산-광고-소비의 끝없는 긴장관계… 풍요로움은 어디에

■ 제시문 해설

제시문 (가)는 오늘날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생산력에도 불구하고 풍요로움에 도달하지 못하는 원인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 글은 풍요로움의 근원을 사회제도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과 같은 산업사회와 시장경제 체제는 희소성에 의해 재화의 가치가 결정되며, 한 재화의 희소성이 해소됨과 동시에 또 다른 희소성이 재창출되는 가운데 유지되는 체제이다. 이러한 체제에서의 재화는 인간의 진정한 필요보다는 경제 논리를 반영한다. 이에 따라 오늘과 같은 시장경제 속의 개인은 풍요로움을 느낄 여유를 갖지 못하고, 무한한 소비의 연쇄에 함몰되어 빈곤만을 지속할 뿐이다.

이와 달리 원시 사회에서는 오늘과 같은 경제적 계산이 지배하지 않았다. 자연과 자신의 체제에 대한 투명한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원시 사회체제에서는 순환적으로 재창출되는 소비가 아니라 인간적 필요를 해소하는 필수적‘낭비’만이 있을 뿐이었다. 원시사회에서 오늘의 시장경제에서 보이는 재화의 교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시 사회에서의 교환이 각 단계에서 잉여와 가치 창출을 통해 개인의 필요를 만족시켰다면, 현대의 시장 경제는 무한한 차별화를 통해 작동하며 이로써 개인적 결핍의 감정을 양산한다.

제시문은 풍요로움과 부는 결국 사회 체제의 논리임을 강조하면서, 현대 사회의 소비가 인간의 진정한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설명한다. 소비 또한 교육받고, 욕망은 충족되기보다는 배가되는 오늘의 경제사회적 구조를 지적하고 있는 글이다.

제시문 (나)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는 광고에 의해 형성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대의 소비자는 물건을 소비하는 대신 상품의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소비가 실질적인 필요에서 비롯하기보다는 광고에 의해 창출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광고에 현혹되어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구매한다. 광고에 의해 소비의 욕구가 형성되고 필요와 무관한 수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제시문 (다)는 최정례의 시「빵집이 다섯 개 있는 동네」이다. 이 시는 제시문 (나)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례를 전한다.

시에는 다섯 개의 빵집이 등장한다. 대체로 널리 알려진 상표의 빵집들이다. 화자는 그 빵집들에 자주 간다. 그런데 화자가 빵집에 가는 이유로 드는 것들은 그가 구입하는 빵의 속성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 쿠폰이나 덤, 간판의 크기나 점원의 친절 등은 빵에 대한 필요나 빵 자체의 품질과 무관하다. 상표의 이미지와 판매 전략과 소문 등이 화자로 하여금 그 빵집에 드나들도록 하는 셈이다. 시에 나오는 대로 화자는 필요 때문에 빵집에 가지 않는다. 눈앞에 보여서 무심코 습관처럼 빵집에 가고‘내가 어렸을 땐 학교에서 급식으로 옥수수 빵을 주었는데’라는 구절에 나타난 대로 옛 추억이 그리워서 빵집에 가기도 한다.

5연에서 화자는 자기 동네에 교회가 여섯 있다고 한다. 여섯 개의 교회는 그 앞의 다섯 개의 빵집과 관련된 문맥 속에서 그 내포적 의미가 이해된다. 간단히 말해 교회도 빵집처럼 이미지와 판매 전략과 소문 등으로 신도들을 유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빵집에 가듯 교회에 간다는 뜻이다.

이 시는 마지막 연에서 갖가지 광고와 간판과 소문 속에서 분주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한 삶의 모습은 대체로 개성이 없다. 사람들은 비슷한 가게와 식당과 교회와 빵집을 오가면서 서로 닮은 모습을 한 채 개성이 없이 산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3행에 나오는 안 살 수가 없다/그렇다/ 살 수밖에 없다’에서 ‘살’은‘사다(買)’와 ‘살다(生)’라는 두 기본형의 활용으로 보아서 중의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듯하다.

제시문 (라)는 국민총생산, 에너지소비량,1인당 전력 소비량, 총광고비의 변화추이를 보여주는 도표이다.

비교적 간단한 도표지만 이를 잘 읽어내면 그 안에서 국민총생산의 증가, 즉 경제성장이 에너지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부분을 읽어낼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성장과 관련한 사회변동이 국민 1인당 전력소비량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광고비 지출의 증가가 소비의 증가를 어떻게 자극하는지에 대해서도 나름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 논제분석

Ⅰ. 제시문 (가)를 400자 내외로 요약하시오. (400±50자)

이 논제는 텍스트 이해력을 평가하기 위한 전형적인 요약형 문제이다. 이 요약형 논제의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핵심적 주장과 근거를 중점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그리고 요약을 할 때 자신의 주관적 견해를 서술해서는 안 되며, 제시문의 특정 문장을 그대로 발췌하여 서술해서도 안 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준수하면서 논지와 논거를 서술하면 된다.

Ⅱ. 제시문 (나)의 논지를 밝히고, 이것을 참고하여 제시문 (다)를 해설하시오. (700±50자)

이 논제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제시문 (나)의 논지를 밝히는 것이며, 두 번째는 이것을 참고하여 상징적 언어로 구성된 제시문 (다)를 해설하는 것이다. 즉 이 논제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광고에 의해 형성된다’는 논지를 적용하여 문학작품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려는 것이다. 문학작품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제시문 (나)를 통해서 그 해석의 방향과 틀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제시문 (나)의 논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그 논지를 정확하게 적용하지 않는다면 논제에서 벗어난 답안을 작성하게 된다.

Ⅲ. (라)의 표에 나타난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 변화의 특징을 설명하시오. 그리고 제시문을 참고하여 1970년 이후 전력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와 의미를 사회변동과 관련시켜 논술하시오. (700±50자)

이 논제는 첫 번째로 (라)의 표에 나타난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 변화의 특징을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이 첫 번째 요구사항은 도표 및 그래프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출제된 것이다. 그리고 제시문을 참고하여 1970년 이후 전력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와 의미를 사회변동과 관련시켜 논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두 번째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제시문 (가), (나), (다)의 논지를 참조하여 다각적인 측면에서 전력 소비량 증가의 이유와 의미를 서술해야 한다.

■ 예시답안

Ⅰ. 제시문 (가)를 400자 내외로 요약하시오. (400±50자)

진정한 풍요로움은 사회의 구조에 의해서 창출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사회의 구조는 진정한 풍요로움을 제공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조직과 사회관계가 변화되어야 한다.

현대의 산업사회와 시장경제체제는 희소한 재화를 더 많이 생산하게 만드는데 한 재화의 희소성이 해결되는 순간 또 다른 재화가 희소성을 갖게 된다. 즉 희소성의 가치를 지닌 재화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상적인 결핍감에 시달리게 된다.

반면에 아낌없이 낭비하는 원시사회의 특징은 진정한 풍요로움을 창출한다. 그들은 개인재산을 축적하지 않기 때문에 독점적 소유로 인한 교환의 방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비록 양은 적지만 재화들이 교환되는 순간마다 사물에 가치가 부가되고 지속적인 교환으로 사람들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400자)

Ⅱ. 제시문 (나)의 논지를 밝히고, 이것을 참고하여 제시문 (다)를 해설하시오. (700±50자)

(나)제시문은 현대사회에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는 필요가 아니라 광고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내용이다. 판매자는 제일 먼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그 욕구를 위해서 소비를 하도록 만든다. 이런 현상은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되는 구매 욕구까지 만들어내는 소비의 왜곡현상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제시문 (다)의 시는 화자가 빵집을 이용하는 구체적인 사례에서 기업의 판매 전략에 의해서 소비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빵집들은 쿠폰발행, 덤, 친절, 큰 간판 등을 통해서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그래서 시적 화자는 자신도 모르게 빠리바게뜨나 엠마에 가게 된다. 또 시적 화자는 필요가 아니라 습관이나 과거에 대한 추억 때문에 빵집에 간다.

현대 소비사회의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물질적인 상품의 구매뿐만 아니라 종교적 활동마저도 이러한 광고와 소비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그 동네에는 빵집처럼 교회도 6개나 존재하고 있으며 종교 활동도 광고되고 소비되는 것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교회는 설교 테이프를 듣게 하면서 종교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교회는 상품의 전단지를 돌리듯이 전도지를 돌린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구나 다 파마와 염색을 하고 뛰듯이 걸으면서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현대인들은 이렇게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상업적 환경 속에서 살(生)면서 상품을 살(買)수밖에 없는 것이다. (697자)

Ⅲ. (라)의 표에 나타난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 변화의 특징을 설명하시오. 그리고 제시문을 참고하여 1970년 이후 전력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와 의미를 사회변동과 관련시켜 논술하시오. (700±50자)

제시문 (라)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서 에너지 효율성은 점점 더 낮아지는 특징을 찾아낼 수 있다. 1970년대부터 30년간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은 약 200배, 에너지 소비량은 약 10배 정도 증가했다. 이것을 시기별로 분석해 보면 70년대에 비해 80년에는 에너지 소비가 2.2배 정도 증가한 것에 비해 국민총생산은 무려 14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2000년에는 1990년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2.0배 정도 증가했는데 국민총산생의 증가율은 약 3.0배에 그치고 있다. 이런 측면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점차로 에너지 의존형 생산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경제적 성장에 비례한 에너지 소비가 요구된다는 특징을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30년간 에너지 소비는 10배 증가한 반면에 1인당 전력 소비량은 21배나 증가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전력의 상당한 부분이 산업생산이 아니라 개인적 삶을 위해서 소비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즉 제시문 (가)에서 지적했듯이 물질적 풍요로움이 곧바로 만족감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희소자원에 대한 결핍감을 해결하기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소비를 하면서 우리나라는 소비사회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또 제시문 (나)에서 나타나 있듯이 소비사회에서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광고비가 30년간 460배나 증가하였다. 소비를 촉진하는데 이용되는 대중매체의 개인적 이용, (다)에 나타난 가게 홍보를 위한 간판 등이 일반화되면서 전력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715자)

▼ 전문가 분석▼

자신의 논리 표현력

텍스트 분석력 중시

고려대는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언어논술과 수리논술이 결합된 통합교과논술을 실시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실시된 모의고사에서 고려대도 서울대, 연세대와 유사하게 계열별 특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출제방침을 선회했다. 즉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는 유형의 측면에서 계열분리형 통합교과논술로 방향성을 통일해가고 있다. 이러한 논술유형의 통일성으로 인해서 수험생들의 부담도 대폭 줄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고려대에서는 2007학년도에 통합교과논술로 전환한 것은 최선의 대안이 아니라 외부적 사정에 대응하기 위한 차선의 대안이었다고 평가하였다. 고려대는 통합논술을 통해서 본고사 문제라는 의혹에서의 탈피, 통합논술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다양한 영역의 사고결합, 우수학생의 선발이라는 입시제도 본연의 목적 충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이 통합논술이 수험생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난도가 높다는 문제제기를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 공개된 서울대와 연세대의 모의시험 문제들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높은 난도는 오히려 변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이유로 계열분리형 통합교과논술로 전환하였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새로운 통합교과논술을 통해서 인문계열에서는 ① 텍스트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 ② 자신의 견해를 조리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 ③ 단편적 지식을 종합하여 새로운 관점으로 발전시키는 창의적 능력을 평가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수리적 계산과의 연결을 통해서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학과 사회과학의 만남, 통계적 수치의 해독 등을 통해서 인문·사회 계열 교과 내부의 통합적 사고를 평가할 수 있는 유형의 문제를 출제하였다.

따라서 고려대 통합교과논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해력, 논리력, 표현력, 창의력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최근에 인문계열 통합교과논술에서 주로 출제되는 도표 및 그래프를 분석하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특히 제시문의 요지, 논술문제의 논제와 무관하게 암기한 내용을 중심으로 논술문을 작성한다면 큰 폭의 감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논제에 충실한 답안을 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려대 논술에서는 이해력을 평가하기 위한 요약형 논술, 특정 제시문의 논지를 바탕으로 다른 제시문을 비판하는 비판형 논술, 특정 제시문의 논지를 바탕으로 다른 제시문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설명형 논술을 기본적인 유형으로 출제한다. 그리고 각종 통계자료, 도표 및 그래프를 사회현상과 연관지어 서술하라는 문제도 새로운 유형으로 출제되었기 때문에 통계자료의 다각적 해석 능력을 강화하는 것도 논술 고득점을 위한 필수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강상식 학림논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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