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현장 진단/삐걱거리는 울산 혁신도시 건설

  • 입력 2007년 4월 10일 0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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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혁신도시 건설이 주민들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등 11개 공공기관이 들어설 울산 혁신도시는 당초 이달 중순부터 보상에 들어가 9월에 착공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주민이 혁신도시 편입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현황=정부는 2005년 12월 울산 중구 우정동 일원의 84만 평을 혁신도시로 지정했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토공)는 1조1000여억 원을 들여 2012년 12월 혁신도시를 완공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곳에는 11개 공공기관을 비롯해 초등학교 3개와 중·고교 2개교씩, 그리고 단독주택 2045채와 공동주택 5726채 등 총 8146채가 건립돼 인구 2만2000여 명을 수용할 예정이다.

울산시교육청 뒤쪽으로 왕복 4차로(너비 24m)의 내부도로도 개설된다.

▽주민 반발=혁신도시 편입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곳은 원유곡 마을. 109가구 248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1973년 6월 지정된 그린벨트가 30여 년 만인 2003년 12월 해제된 지역이다.

주민들은 “그린벨트로 지정된 30여 년간 재산권을 침해받아 오다 겨우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니 이젠 정부가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혁신도시로 강제로 편입해 주민들을 내쫓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혁신도시 편입반대 추진위원회’ 김차준(67) 위원장은 “농사를 지으며 조상 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면 생계가 막막해진다”며 “원유곡 마을은 혁신도시 전체의 2.8%인 2만4000평에 불과하고 서쪽 끝에 위치해 혁신도시에서 제외해도 혁신도시 건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같은 내용의 건의서를 건설교통부와 토공 울산시 등에 제출하고 울산시청에서 몇 차례 항의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혁신도시 건설 예정지구 내 장현(75가구)과 원약 마을(88가구) 주민들도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혁신도시 편입에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균형개발을 위해 불가피’=토공과 울산시는 국도 7호선 대체우회도로와 혁신도시 내부도로가 원유곡 마을을 관통하도록 설계돼 있어 이 마을을 혁신도시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울산시 신동길 혁신분권담당관은 최근 주민 간담회에서 “원유곡 마을을 혁신도시에서 제외할 경우 혁신도시가 기형적으로 개발되고 원유곡 마을이 슬럼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마을을 제외하면 다른 마을에서 비슷한 요구를 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어져 결국 울산 혁신도시 개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토공과 울산시는 일단 다른 편입 용지에 대한 보상을 실시한 뒤 원유곡 마을 주민들을 계속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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