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식 여론조사]“5년 전보다 나아진 것 없다” 82.5%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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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창간 87주년을 맞아 실시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 사정이 매우 나빠졌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답한 사람이 47.9%, 빈민층이라고 밝힌 사람도 7.3%나 된다. 조사를 주관한 코리아리서치센터 측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경제수준에 대해선 다소 낮게 응답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처럼 절반이 넘는 사람이 저소득층 이하라고 평가한 것은 최근 가계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살림살이 악화됐다” 36.2%

살림살이가 5년 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답한 사람은 10명 중 2명이 채 되지 않았다. 5년 전과 비교해 ‘악화됐다’(36.2%)는 비율이 ‘개선됐다’(16.5%)보다 20%포인트가량 높았다. ‘그전과 비슷하다’는 응답(46.3%)을 포함하면 10명 중 8명 이상(82.5%)이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이 없거나 오히려 퇴보했다고 생각한다.

살림살이의 양극화 양상도 드러났다. 실제 소득을 기준으로 상층(월 소득 401만 원 이상)에 속한 사람들은 30%가 ‘나아졌다’고 응답한 반면 하층(월 소득 200만 원 이하)에서는 2명 중 1명 이상(53.1%)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이는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사회 양극화 실태와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중산층이 크게 줄어든 대신 상·하류층은 늘어났다고 밝힌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사회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정치구조와 불안정한 노사관계에 대한 한국인들의 우려는 이번 조사에서도 명확하게 확인됐다. 한국 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첫 번째 원인을 고르는 질문에서 응답자 4명 중 1명(24.9%)이 비효율적인 정치구조를 꼽았다. 불안정한 노사관계(21.9%)와 비효율적인 인재양성 시스템(11.1%)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사설에서 ‘한국이 경제적 중년의 위기를 넘기려면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어 경기침체의 원인에 대한 ‘안팎’의 시각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 줬다.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을 보는 시각은 이념 성향에 따라 다소 달랐다. 보수층은 노사관계(26.4%)와 정치구조(24.9%)를 비슷한 비율로 꼽았다. 반면 진보 성향의 응답자들은 정치구조를 탓하는 시각(32.1%)이 불안정한 노사관계(17.5%)보다 훨씬 많았다.

○ 5명 중 4명 “4∼6년 내 경제위기 올 수도”

당장은 살기 힘들지만 5년 후의 살림살이에 대해서는 막연하나마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46.2%)이 가장 많았지만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31.2%)도 비교적 높게 나왔다.

미래의 살림살이에 대한 기대감은 지역과 소득에 따라 차이가 났다. 월 소득 401만 원 이상(40.2%)이거나 5년 전에 비해 생활형편이 개선됐다고 답한 사람(63.0%)일수록 5년 후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5년 전에 비해 사정이 나빠졌다고 답한 사람들은 33.6%가 5년 후에 더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5년 후 살림살이에 대한 ‘소극적인 기대’는 향후 4∼6년 이내에 경제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4∼6년 후 경제 위기론’에 대해 10명 중 8명 이상(85.1%)이 공감을 표시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43.1%)가 ‘대체로 공감한다’는 비율(42.0%)과 비슷할 정도로 위기의식은 컸다. 특히 자영업 종사자(90.1%)와 소득수준 상층(91.5%) 응답자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의 강도가 높았다.

○ 10명 중 4명 “앞으로 집값 오를 것”

향후 주택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10명 중 4명(39%)이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본보의 지난해 12월(27∼28일) 조사 때 상승을 전망한 응답자 비율(41.8%)에 가까워진 수치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이 다시 늘어났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 사이에 있었던 올해 1월 30일과 2월 27일의 조사에서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각각 34.5%와 35.7%)이 가장 많았다.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더라도 공급물량 감소에 따른 불안요인이 있는 데다 12월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부동산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득 수준별로는 중층에서 상승 전망(44.9%)이 많았고 상층 응답자들은 떨어질 것(31.5%)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27.8%,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은 26%였다.

경제적 계층 상승을 꾀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으로도 ‘부동산 투자’(32.7%)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예금과 적금’(23.8%), ‘펀드 등 간접투자’(23.4%)가 뒤를 이었다. 펀드 등을 활용한 간접투자가 일반화된 영향인지 ‘직접 주식투자’(3.2%)나 ‘채권 투자’(1.8%)의 비중은 적었다.

소득 기준으로 상층과 중층에 속한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와 펀드 등 간접투자를 선호한 반면 하층에 속한 응답자들은 예금이나 적금에 투자한다는 답이 많았다.

2007 국민의식 여론조사 통계표

2007 국민의식 여론조사 빈도표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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