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 병사의 안면 재건에 인생 바친 외과 의사 해럴드 길리스의 삶 다뤄
환자 얼굴 복원으로 사회 복귀 돕고, 이식 실패 등 치부도 기록으로 남겨
현대 성형의술 발전에 큰 영향 끼쳐
◇얼굴 만들기(성형외과의의 탄생)/린지 피츠해리스 지음·이한음 옮김/392쪽·2만5000원·열린책들
저자는 얼굴을 잃은 병사들에게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찾아주기 위한 해럴드 길리스의 노력으로 성형 수술 분야는 진화를 거듭했고, 현대 의학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열린책들 제공
몸무게가 80kg대 후반으로 치달았을 때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헬스장에 등록하고 거금을 들여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한 지 반년. 7∼8kg 빠진 몸무게와 약간의 근육만으로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입던 옷을 모두 버렸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았고, 가슴 근육이 드러나는 몸에 달라붙는 상의를 입게 되면서 덩달아 자신감도 높아졌다. 그러면서 성형수술을 통해 외모를 더 낫게 바꾸고자 하는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후는 완전히 다른 삶일 것 같았다. 하물며, 전쟁이나 사고로 얼굴을 완전히 잃은 사람이라면 말해 무엇할까.
의학 전문 저술가인 저자가 ‘현대 성형 수술의 아버지’로 불리며 제1차 세계대전 때 얼굴을 다친 병사들의 안면 재건에 인생을 바친 외과 의사 해럴드 길리스의 삶과 초기 성형 수술의 역사를 다뤘다.
원제인 ‘The Facemaker’에서 보듯 길리스에게 성형은 지금처럼 좀 더 예쁘고 잘생긴 외모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성형은 환자들에게 다시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삶을 돌려주는 일이었다. 얼굴 손상은 병사에게 평생 이어질 극도의 정서적 충격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1924년 폭발로 상처를 입은 덴마크 해병을 수술하기 직전의 길리스(왼쪽에서 두 번째). 열린책들 제공“가슴살을 떼어 내 붙이는 특이한 기법으로 재건한 코는 끔찍할 만큼 축 늘어졌다. 의료진은 그의 일그러진 입을 교정하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 앞니는 모두 사라졌다. …집으로 보내진 후 그의 우울증은 악화했다. 그는 자신이 의학적 기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는 계속 흐느꼈고, 앞을 못 보는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렀으며, 고통에 겨워서 밑동만 남은 팔다리로 계속 몸무림치며 애원했다. 아빠, 제발 죽여 줘!’’(7장 ‘주석 코와 강철 심장’에서)
저자는 성형 의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길리스는 ‘숨만 붙어 있으면 성공’이라는 군의 통념을 정면으로 부정한 인물이었다고 말한다. 그에게 치료란 사람을 다시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만드는 일이었고, 수술의 성공 기준은 생존율이 아니라 환자가 다시 마음을 열고 병원을 나설 수 있느냐였다. 이 때문에 부상자의 입을 만들고, 코를 세우고, 턱을 복원하는 과정은 길리스에게는 미학이 아니라 잃어버린 존엄성을 복원시키는 일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환자들에게 얼굴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사회로 다시 들어갈 수 있는 출입증이었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피부 이식이 실패하고, 감염이 번지고, 환자가 다시 절망에 빠지는, 의사로서의 치부까지 세세히 집요하게 기록으로 남긴 길리스의 노력에 감탄이 나온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의학적 결과물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과 전쟁 같은 잘못된 행동, 그럼에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쌓은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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