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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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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장조(사도세자) 부부와 정조대왕 부부가 묻힌 경기 화성시 융건릉, 용주사 일대에서 진행 중인 택지 개발을 철회하고 이 지역을 효(孝)역사문화권역화하자는 운동이 펼쳐져 관심을 끌고 있다.
불교계, 전주 이씨 종친회, 학계, 지역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나선 것은 물론이고 인허가권자인 경기도와 화성시도 실무팀을 꾸려 대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는 용주사와 융건릉 사이 단독택지 등 15만 평을 공원화하는 데까지 의견 접근을 봤다.
문제의 현장은 주공이 1998년 태안3지구로 지정한 화성시 안녕동 일대 36만 평. 2008년 말까지 3800여 채의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들어설 계획이다. 그러나 이곳은 장조와 정조 부부가 묻힌 융건릉, 용주사 등과 불과 500m 거리 내에 있다.
태안3지구 개발은 지정 당시부터 문화유산을 파괴한다는 비난을 샀지만 주공은 각종 인허가를 거쳐 2200억 원에 이르는 토지 보상을 하고 지난해 2월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역사유적을 훼손한다는 여론이 들끓자 지난달 초 화성시는 공사를 중단시켰다.
▽화성은 보존하면서 융릉은 파괴?=용주사의 정호 주지스님과 이헌종 건릉봉향회장, 이달순 전 수원대 총장, 기봉서 화성문화원장, 이태섭 화성시의원, 이홍근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등 200여 명은 지난달 24일 용주사에 모여 ‘효역사문화권역화 추진위원회’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태안3지구를 정조대왕을 중심으로 한 효역사문화 테마공간으로 조성하자며 개발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정호 스님은 “이곳은 정조대왕에 의해 조성된 세계 유일의 효역사문화 현장으로 효사상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메카”라고 밝혔다.
이 봉향회장은 “융릉 때문에 축조된 수원 화성과 행궁은 1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 대규모 복원사업을 하는 마당에 정작 화성 건설의 이유가 됐던 융릉은 파괴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정조는 부모가 묻힌 융릉을 가까이서 지키기 위해 인근인 수원에 행궁(1794년)과 화성(1796년)을 각각 축조했다.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산 넘어 산=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최영근 화성시장은 “태안3지구 일대를 효역사문화권역화하자는 취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애당초 왜 이곳이 택지지구로 지정됐는지 안타깝다”며 “주공, 주민, 불교계 등 관계기관의 의견이 모아진다면 흔쾌히 토지보상비를 분담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공사 중인 택지지구가 철회된 전례가 없는 데다 철회될 경우 땅은 원주인에게 되돌아간다. 효역사문화권역을 만들려면 주민 땅을 다시 사들이는 등의 절차가 필요한 것.
주공 경기지역본부는 “문화재청의 심의를 거쳤고 불교계와 화성시 주민 등의 동의를 얻어 개발을 시작했는데 이제 와서 철회하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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