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조지 오웰, ‘동물농장’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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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자신이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알고 있나요? 아마 그런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아무리 노력해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기로 결정한 다음 태어날 수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 세상에 던져졌을 뿐이니까요.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죠. 그리고 혹시 태어나기 전에 이 세상의 모습을 미리 선택한 사람이 있나요? 역시 아무도 없을 겁니다. 여러분은 ‘이미’ 어떤 특정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세상에 던져졌으니까요. 이처럼 우리는 태어남을 스스로 결정하지도 못하고, 이 세상의 모습을 스스로 선택하지도 못한 채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가 태어난 이 세상은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이 세상에 던져진 우리 앞에 남겨진 일은 과연 무엇일까요?

‘왜’ 태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고, 이 세상의 모습을 스스로 선택하지도 못한 채 태어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남은 일은 ‘세상과 씨름하기’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결코 세상의 샅바를 놓아서는 안 됩니다. 샅바를 단단히 붙잡고, 세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상대를 끝까지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의 ‘딴지걸기’에 걸려 넘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물론 세상의 샅바를 붙잡고 있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샅바를 움켜쥔 손에서는 힘이 빠질 테고, 등줄기로는 쉴 새 없이 땀방울이 흘러내릴 거니까요.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 샅바를 놓아버리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샅바를 놓아버리면 더는 당당하게 세상과 맞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맞서지 못하는 그때, 우리는 세상에 ‘길들여진 채 노예처럼’ 살아가야 합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끝까지 샅바를 쥐고 있겠습니까, 아니면 힘들다는 이유로 샅바를 놓아버리겠습니까?

접시닦이, 가난한 노동자, 거지 등 밑바닥 인생을 두루 겪은,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은 샅바를 놓아버리게 되면 ‘무서운 돼지’가 우리를 지배하게 된다고 자신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서운 돼지’라는 말에, 코웃음 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결코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무서운 돼지는 ‘정말’ 무서운 돼지이기 때문입니다.

그 돼지의 이름은 ‘나폴레옹’인데요, 나폴레옹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동물들을 너무나 간단하게 없애버립니다. 그것도 모든 동물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죽여버립니다. 어때요, 이만하면 정말 ‘무서운 돼지’ 아닌가요? 그런데 놀라운 일은 다른 동물들이 나폴레옹을 다음과 같이 부른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지도자 나폴레옹” “모든 동물의 아버지” “양떼의 보호자” “어린 오리들의 친구”

이렇게 보니, 나폴레옹은 무서운 돼지이기도 하지만, 놀라운 돼지이기도 한 셈이네요. 다른 동물들을 함부로 죽이면서도 온갖 좋은 이름으로 불리니까요.

동물농장의 위대한 지도자 나폴레옹에게는 너무나 충성스러운 아홉 마리의 개가 있습니다. 그 개들은 나폴레옹의 명령이라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행동에 옮깁니다. 나폴레옹이 죽이라면 죽이고, 협박하라고 하면 협박합니다. 그리고 혹시 다른 동물들이 나폴레옹을 위협하거나 다치게 할까봐 아홉 마리의 개들은 그림자처럼 붙어서 나폴레옹을 보호합니다. 여러분은 언제라도 다른 동물들을 죽일 수 있는 지도자, 사나운 개들의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지도자, 나폴레옹과 같은 지도자와 함께 살고 싶습니까?

다행히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에서 나폴레옹과 같은 지도자를 물리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세상의 샅바를 꼭 붙잡고 있는 거라고 조지 오웰은 말합니다. 만약 샅바를 놓치더라도 얼른 다시 샅바를 붙잡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의 샅바를 단단히 붙잡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한데요, 그 중 하나는 바로 세상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지니는 것입니다. 용기가 있어야만 세상의 기세에 주눅 들지 않고, 샅바를 남몰래 슬쩍 놓아버리지 않을 테니까요. 다른 하나는 바로 세상에 대한 ‘관심’입니다. 세상이 어떤 색깔의 샅바를 매고 있는지, 몸무게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기술에 능숙한지 끊임없이 지켜봐야만 세상의 움직임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바로 ‘알파벳 열심히 외우기’입니다. 알파벳 외우기? 도대체 이게 어떻게 나폴레옹과 같은 지도자를 물리칠 수 있도록 해줄까요? 도대체 조지 오웰이 말하는 알파벳 외우기는 어떤 것일까요?

‘동물농장’의 문은 일 년 내내 열려 있습니다. 그 속으로 들어가서, 조지 오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어느새 여러분은 더는 잘못된 세상의 ‘딴지’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는 고수(高手)가 되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씨름 고수가 되는 그날, 세상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어 있을 겁니다. 어때요, 이만하면 ‘동물농장’에 놀러 갈 만하지 않나요?

황성규 학림 필로소피 논술 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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